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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Jun 17. 2022

엄마는 공부중

시험공부, 파이팅

"엄마, 퇴근했어요?"

"엄마 시험공부하느라 바쁘다. 끊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정말 시험공부하느라 바빠 보이셨다. 전화를 걸자마자 바쁘시다며 전화를 끊는다. 1분도 안 되는 통화였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엄마 정말 공부 열심히 하시네!


엄마는 야간대학에 다니신다. 인테리어를 전공하시는데, 요즘 공부에 재미를 붙이신 것 같다.


"엄마가 이번에는 1등 한번 해 볼까?"


엄마의 말에 나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덕분에 내 걱정도 스르르 녹는다. 엄마가 요즘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셔서 실은 걱정이 많이 되었다. 엄마는 몇 년 동안 하시던 요양보호사 일을 그만두고, 공기업에 청소 일자리 공고가 떠서 지원하셨다. 서류 전형에 지원할 땐, 이모와 이모부는 엄마 지원서 쓰는 것 도와주느라 자정 너머서 주무셨다고 했다. 면접도 열심히 연습하셨다.


“선영아, 엄마가 해 볼께. 제가 지원하게 된 이유는… 저의 장점은….”


엄마는 최종합격 하셨고, 많이 기뻐하셨다. 나도 좋은 직장이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우와, 거기 가 보니까 건물도 참 좋고, 사람들도 교양 있고 좋더라."


그러나 첫날 근무 후, 엄마의 목소리는 근무 전의 기대가 넘치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일이 생각보다 고단하신 모양이었다.


"쉬운 일이 어디 있니? 하기로 했으니 적응해야지."

"엄마, 힘들면 바로 그만둬. 내가 돈 열심히 벌게."


 난, 엄마가 퇴직하시고도 고생하시며 돈을 벌어야 하시는 상황이 많이 속상했다. 게다가 같이 일하시는 분이 까다로우신 것 같아서 엄마가 적응하느라 애쓰시는 것 같았다.


나와 내 동생은 원룸에서, 엄마는 청소를 하며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괜스레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아빠가 좀 더 일이 잘 풀렸다면, 좀 더 건강하게 장수하셨다면...'


엄마에게 나도 모르게 아빠에 대한 원망의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엄마는,


"나는 감사하다. 건강하니까 일도 할 수 있지. 일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엄마의 말에 괜스레 아빠를 원망한 내가 부끄러웠다. '그래, 누굴 탓할 게 아니라,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살아야지.' 하며 마음을 바꿔먹었다.


직장에서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쓰인다. 고생하시는 모습에 엄마가 오버랩되면서, '엄마는 얼마나 고생하실까?' 속상하다. 그럼에도 엄마와 통화하면 그런 걱정이 날아가버린다. 엄마의 유머에 다시금 웃음이 꺄르르 나온다.


"엄마가 오늘은 화장실에서 책 들고 가서 공부했어. 쉬는 시간에 공부하면 사람들이 청소는 안 하고 책 본다고 할까 봐, 화장실에서 책을 봤지."


엄마의 학구열은 실로 대단하다. 화장실에서 책을 보시다니... 이렇게 시험공부 열심히 하시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시험기간이 되어 엄마 수업 마칠 즈음 전화를 했다.


"엄마가 이번에 3개 정도 빼놓고 다 맞았다."

"우와, 엄마, 정말 대단해요. 멋져요!"


어려운 건축과 인테리어 내용인데, 열심히 공부하며 성장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어제는 대학교 동기들과 카페에서 스터디를 했다고 하신다. 카페 사장님이 "그렇게 어려운 걸 공부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엄마가 스터디를 하신다니 마치 청춘 대학생 같아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좋다. 무엇보다, 때로는 쉽지 않은 인생임에도 새로운 일에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고 감사의 태도를 유지하며 유머로 살아가 엄마가 참으로 사랑스럽다. 엄마가 나의 엄마라서 감사하다. 엄마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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