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의 메케한 냄새를 맡으며 밖으로 나왔다. 퇴근 후 허기에 밥을 찾아 헤맨다. 어딜 가면 좋을까? 밥 한 끼를 밖에서 해결하려고 하면, 밥 한 그릇에 보통 팔천 원에서 구천 원은 한다. 아니, 만원이 넘는 곳도 많다. 그러다 고시학원 골목의 국밥집에 들어간다. 거기 콩나물 국밥이 오천 원이기 때문이다. 오천 원을 카드로 계산하기 죄송할 것 같아, 근처 ATM기에서 현금 만원을 인출한다.
국밥집에 들어가서 콩나물 국밥을 시킨다. 옆 테이블에는 한참 청춘인 대학생들이 앉아서 소주에 국밥을 먹고 있다. 가끔씩 들리는 거친 언어가 낯설기도 하지만, 젊음의 풋풋함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나 홀로 한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니 아주머니께서 콩나물 국밥을 가져다주신다. 수란을 먹고 난 후, 국밥을 입에 떠 넣는다. 외로움에 핸드폰을 친구 삼아, 쓸데없이 뉴스 기사를 읽으며 밥을 먹는다. 식사 후에, 현금으로 계산을 하는데, 아주머니께서 날 보며 정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잘 먹었는가? 아이고, 잘 먹어야 되겠네.
밥 적으면 더 달라고 해. 밥 적으면 더 달라고 하소. 공부하려면 잘 먹어야 돼.”
후줄근한 모습에 검은 뿔테를 쓰고 혼밥을 하는 나는 영락없는 고시생이었나 보다. 식당을 나오며, 아주머니의 따뜻한 말씀에 마음이 녹는다. 고시생의 마음이 되어 골목을 걷는다. 밥 한 끼,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그리고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풀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세상은 살만하다고 나에게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