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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내향인이 살아가는 방식

by 햇살샘

"여보, 나는 내성적이라 힘들어요."

"여보가 내성적이라구요? 외향적이지 않아요?"


나는 가족과 친한 사람들 앞에서만 내 본성이 나온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적어도 1년이 지나야 어느정도 적응하는 편이다. 사람들에게 나의 장점이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도 어렵다. 나도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 있지만, 외향인들 사이에서 움츠러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이 부럽다. 늘 난,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어도 표현하기 보다는 참고, 타인이 좋아하는 것, 타인이 원하는 것을 탐색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에는 어려운 형편 가운데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엄마의 필요와 요구를 늘 예민하게 탐색하고 이에 맞게 행동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도 표현하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외향인들의 대화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글을 쓴다. 누군가는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세상을 보면, 참 대단한 사람도, 잘난 사람도 많다. 난 그렇지 못한 것 같아 기가 눌리기도 하고, 속상할 때도 많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정해놓은 기준은 무엇일까? 모든 방면에서 뛰어날 수 없음에도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세우고 나를 채찍질한다.


좀 더 성격이 활발하고 시원시원하다면, 툴툴 털어버릴 수 있을텐데.

난 나의 작은 실수와, 부족함에도 움츠라든다.


오늘은 잔뜩 움츠라들어 내 동굴을 파고 들어간다. 나의 존재 가치를 물으며.


꼭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야.

꼭 능력이 뛰어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야.

꼭 외향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야.


난, 내 모습 그대로, 내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꿋꿋이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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