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수고 많았어
2019년 9월의 마지막 날, 아빠는 이 땅에서의 소풍을 마치고, 천국에 가셨다. 아빠를 묻을 때, 비가 와서 펑펑 울었었는데, 오늘은 하늘이 참으로 맑다. 마치 "난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하는 듯하다.
아빠를 참 많이 닮아, 좋은 점도 있지만 불평도 많았다. 그런데 아빠를 보고 싶을 때, 내 모습을 보면, 아빠의 모습이 숨어 있다. 아빠의 표정, 웃는 모습.. 그런 게 내 속에 베여 있다. 아빠 딸 아니랄까봐.
아빠의 팔목이 생각난다. 병원에서, 팔목에 여러 주사바늘로 멍들었.던 그 팔목. 바늘조차 꽂을 수 없었던 그 팔목. 올해, 난임병원을 계속 다니며, 내 팔목도 바늘 자국이 남았지만, 아빠의 바늘 투성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 팔목에 주사를 맞을 때마다, 피를 뺄 때마다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빠는 작곡가가 꿈이었다. 아빠는 참 노래를 잘 부르셨다. 글도 잘 쓰고, 시도 잘 짓고. 예술성이 뛰어났지만, 무명으로 아빠는 그렇게 세상을 떠셨다. 그러나 아빠는 나에게는 특별한 존재이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고, 나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셨고, 나에게 아빠가 되어 주셨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 아빠를 기억하지 못할 지라도, 나에게는 ‘아빠’가 세상에서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세상의 유명 인사와도, 절대 우리 아빠를 바꾸지 않을 거다. 왜냐하면, 아빠는 나의 아빠니까.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사셨을 아빠의 뒷모습이 그려진다. 힘든 세상, 잘 견뎌주어서 고맙다고, 아빠에게 말하고 싶다. 미안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운 마음이 뒤섞여 북받쳐 올 때도 많지만.. 그러나,부족한 딸을 아빠도 기뻐하실 거라 믿는다.
나 또한 이 인생의 무게를 견디며, 인생이란 경주를 아름답게 잘 완주해야겠다. 주변 사람들을 더욱 귀히 여기고 사랑하면서. 비록 작은 존재이지만, 내게 주어진 곳에서, 작은 힘으로 최선을 다해 살며 이 땅에서의 경주를 마무리할 때, 평안하게 웃을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