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과 바다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제주는 우리 가족에서 여유로움을 선물했다. 언제 어디서든지 높고 넓게 펼쳐진 하늘을 볼 수 있었고, 삶을 바라보는 시야의 폭이 넓어졌다. 살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아픔과 상처들이 보였고, 그러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찾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 동안 아내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서 대화의 끝은 거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추억 쌓기’의 시간을 보내는데, 자녀를 키운다는 것이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가, 또 하루는 저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일까 고민이 깊어졌다.
아이들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 부부는 자녀교육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봤다. 여러 방송국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리 부부의 가치관과 맞는 교육관을 찾았고, 우리만의 교육방법들을 이야기했다. 밤을 새우면서 이야기한 적도 종종 있었다. 배운 것들은 직접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추억 쌓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평소 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종종 찾았다. 제주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은 14개가 있다. 제주시에 6개가 있다. 우당도서관, 탐라도서관, 제주기적의도서관, 애월도서관, 조천읍도서관, 한경도서관이다. 서귀포시에는 8개(삼매봉도서관, 중앙도서관, 동부도서관, 서부도서관, 서귀포기적의도서관, 성산일출도서관, 안덕산방도서관, 표선도서관)가 있다. 작은도서관협회에 소속된 작은도서관은 원당작은도서관을 포함해서 24개가 있고, 새마을에서 운영하는 새마을작은도서관은 장전리새마을작은도서관을 포함해서 15개가 있다. 그 외에 한라도서관, 꿈바당어린이도서관 등 도처에 크고 작은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에서 저자 직강도 수시로 있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책 잔치도 있다.
우리 가족이 주로 찾았던 곳은 제주시에 있는 한라도서관이다. 아이들만을 위한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직접 책을 골라서 읽었다. 아이들은 도서관을 돌아다니면서 읽고 싶은 책들을 쌓아놓고 읽었다. 때로는 책보다는 밖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할 때도 있었지만, 2-3시간 정도 도서관에서 책에 푹 빠졌다. 미처 읽지 못하거나 보고 싶은 책들은 대여해서 오곤 했다.
아내와 나는 이곳에서 자녀교육을 비롯해서 부모교육, 부부관계 등 가족관계에 관련된 책을 수십 권씩 읽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했던 것들을 보다 이론적으로 정리하면서 우리 부부의 가치관, 자녀관, 교육관을 세워갔다. 가끔씩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것(대부분 방법론적인 부분들)이 있지만, 제주도에 있을 때 함께 이야기하면서 세워진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같기 때문에 금세 의견 조율을 한다.
나는 도서관에 있는 아빠 양육과 관련된 책을 몽땅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방법론적인 것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일상생활에서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시간과 관계없이 주어진 시간에 진심으로 아이들과 함께할 때 아이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뿐만 아니라 서울에 돌아온 후에도 함께 ‘추억 쌓기’에 많은 노력을 한다.
머릿속에 많은 지식을 알고 있더라도 삶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지식을 무용지물이다. 아는 만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날 아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여보~ 책을 그렇게 읽는데, 애들한테 왜 그래?”
맞다. 내가 읽은 책대로 했다면, 내 삶이 많이 변해있어야 했다. 아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책을 읽고 깨달은 것 때문에 내 삶은 조금씩 변해 있었다. 정신도, 마음도, 신앙도, 그리고 행동도. 그때 아내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나마 계속 책을 읽으니까, 이만큼 하는 거야.”
오늘 한 번은 그대로 하는 것 같은데, 내일은 안 되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지 않은가? 내 삶에 습관이 들도록 계속 노력할 수밖에 없다. 100일 동안 계속 반복하면 습관이 든다는 데, 작심삼일을 33번 하면 되지 않을까?
제주도에 여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 달 살기나 꽤 오랫동안 시간 동안 제주도에 머무는 사람들.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를 찾는다면, 잠시 관광지를 벗어나서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제주도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 어디에 있든지 가까운 곳에 책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