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제주도에서 즐기는 문화생활

by 배태훈

제주도에 내려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뮤지컬이나 음악회를 데리고 다녔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연이나 음악회를 다녀오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흥미를 느끼는 것을 볼 때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화생활이라 정의가 다양하기 때문에 맞는 표현인지 모르지만 제주도에 내려가면서 문화생활에 대한 걱정을 했다. 아무래도 서울보다 열악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람이 많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적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은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제주에 내려와서 더 많은 공연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그만큼 공연문화에 대해서 투자를 하고 신경을 쓰기 때문이기도 하고, 많이 접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더 눈에 띄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제주도에는 다양한 공연이 열렸지만, 뮤지컬이나 연극보다는 음악회가 많았다. 우리 가족도 대부분 음악회를 다녔다. 서울에서 공연을 보는 비용이 비싼 편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서울에 비해 많이 저렴했다. 또 주변에 많은 분들이 초대권을 선물하거나 선착순으로 신청해서 볼 수 있는 무료공연들이 많았다. CTS, CBS와 같은 기독교 단체들의 정기 공연이나 제주특별자치 도립 제주 합창단 정기연주회 등 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연도 많았다. 아이들도 지루해하거나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힘들었는데, 몇 번 다니다 보니 공연 예절도 배우고 나름대로 즐기는 방법들을 터득했다.

20150918_173625.jpg 뮤지컬 '명성황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뮤지컬 <명성황후>와 제주특별자치 도립 제주 합창단 정기 연주회다. 서울에 있을 때부터 보고 싶었던 뮤지컬 <명성황후>가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예매했다. 서울보다 정말 저렴한 가격에 온 가족이 함께 봤다. 어린이 뮤지컬만 봤던 아이들도 규모가 큰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노래와 연기, 내용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뮤지컬에서 들었던 음악을 함께 부르면서 즐거워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도 명성황후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거나 뮤지컬 <명성황후>가 나오면 아이들과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애국심이 강한 두 아들은 뮤지컬을 보고 더 한국 역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 이후 TV에서 역사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고, 직접 찾아서 공부했다. 작은아이는 정말로 일본 사람들이 명성황후를 죽였냐고 물어보면서, 우리나라가 더 강해져야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약하니까,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국모를 죽이고도 사과를 하지 않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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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합창단 정기 연주회는 일 년에 4번 열린다. 그 외에 40여 차례 공연을 한다. 2017년부터는 초등학교, 요양원 등 공연문화에 소외된 지역으로 찾아가서 연주하는 이동연주회를 열었다. 제주에 있는 동안 정기 연주회는 시간이 될 때마다 찾았고, 매번 다양한 주제와 장르로 지루하지 않도록 했다. 클래식을 전공한 성악가들이지만, 때로는 팝송이나 가요 등 장르를 가르지 않고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연주회마다 주제가 달라서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기대감이 가지도록 했다. 돌아오는 길에 연주회 때 들었던 곡들을 함께 불으면서 그때의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제주도가 우리에게 이런 행복을 주었다.


IMG_0040.JPG 제주 마 축제


제주도가 갖는 특성 때문에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특별한 공연들도 곳곳에서 많이 열린다. 관광지를 찾았다가 뜻하지 않게 정말 멋진 공연을 접하기도 하고, 아주 작지만 소소한 감동을 주는 공연도 보는 기회들이 생겼다. 서울에서 즐기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제주에서 누리면서 살았다.


만약 제주를 찾는다면 낮에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밤에는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는 공연장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주에서 경험했던 문화생활이 밑거름이 됐는지 모르지만 서울로 돌아온 후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아 우리들만의 추억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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