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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Sep 03. 2021

차이(差異)

어제 아내와 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갔다.

코로나 때문에 작년부터 외식을 자제하고 있지만,

최근에 업무와 집안 스트레스에 기분전환을 위해 찾았다.

작년 2월에 경기도 양주로 이사를 왔지만,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집 안에서만 생활했기에 주변 맛집을 검색해서 평점이 제일 높은 곳을 찾아 예약했다.     

논과 밭이었던 곳에 택지를 조성해서 신도시를 만든 곳이기에

차를 타고 1~2분만 가도 자연이 느껴지는 곳인데,

어제 간 식당도 길 하나를 두고 아파트와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둘을 위한 자리로 인도받고 메뉴 주문까지 다른 여느 식당과 같았다.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단골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주문했던 음식들이 하나둘씩 나왔다.

그때마다 음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해줬다.     


“이건 뉴질랜드 산으로 과일 향이 나고....”

“이 음식은 마늘과 올리브 오일로....”

“이 음식은 직접 저희 매장에서 수제로 만든 것으로....”     


순간 아내와 나는 직원의 서비스에 깜짝 놀랐다.

순간 우리의 존재가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기분이 좋아지고,

식당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그리고 식당을 보니 여기저기 좋게 보였다.


“어! 우리 호텔 식당에 온 거 같네!”

“이래서 평점이 높은 가봐!”     


일반 식당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직원의 모습은 정말 작은 차이였다.

그 차이가 우리 부부를 기분 좋게 했다. 살짝 기분이 업이 된 상태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기분이 좋았던 탓이었는지 모르지만, 음식 또한 좋았다.

그렇게 식사를 하던 중 피클이 다 떨어져서 벨을 눌렀다.

벨소리를 듣고 직원이 오더니 "여기 있습니다." 말하며

피클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내가 직원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이 뜻밖에 대답을 했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어요. 피클이 필요하신 거 알고 가지고 왔습니다.”     


직원의 말에 큰 감동이 왔다.

직원이 알바인지 정직원인지 모르겠지만,

손님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식당 직원은 별다른 일이 없을 때에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동영상을 보던지, 기사를 보던지, SNS를 했다.

손님을 살피는 직원은 별로 없었다.

손님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있던 직원의 작은 차이가 나와 아내를 감동하게 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차이(差異)는 옳고 그름을 가름하지 않다.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을 이야기한다.

 아주 작은 차이가 사람의 마음을,

그리고 때로는 큰일을 결정짓고 한다.

우리 부부는 그 차이에 대접받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아마도 이곳은 단골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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