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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Feb 25. 2022

가끔 추억에 잠기니

자고 일어나 거울 앞에 서면, 흰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보이고, 머리카락은 점점 얇아지면서 가라앉고, 듬성듬성 머릿속이 보인다. 촉촉하고 탄력이 있던 피부는 수분이 빠지면서 건조해지고, 곳곳에 주름이 생기는 걸 보니 가끔씩 마음이 저리다.     


그렇다고 세월을 탓하며 한탄하지 않는다. 젊음만큼 늙는 것도 또 다른 축복이기 때문이다. 세월을 이겨낸 시간은 젊을 때 보이지 않았던 깊은 통찰과 넓은 아량이 생겨 지금의 내 삶을 이루고 있으니 축복이다.      


50이 되어야 깨닫는 것을 젊을 때, 아니 40대에라도 깨달았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지만, 그 나이가 되어야 깨닫게 되는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많은 현인들이 바로 지금 그 자리에 만족하며 행복을 누리며 살라고 하는 건 아닐까.     


가끔 컴퓨터 파일들을 정리하다가 사진 폴더들을 볼 때가 있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곤 한다. 가끔이 동영상에 나타나는 어린 시절 아이들의 모습에 뜻하지 않은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지니 어쩔 수 없나 보다.    

 

천진난만(天眞爛漫)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저마다 삶의 여정을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특하면서도 슬퍼진다. 이제 적극적으로 간여하는 역할은 줄어들고, 그저 바라보고 믿어주는 역할로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품 안에서 나가려는 아이들이 섭섭하기만 하다. 아이들과 추억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때마다 지금 더 많은 것을 누리겠다고 다짐하지만, 중고등학생인 아이들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가끔 자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나오곤 한다.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까지 보살핌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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