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우 Nov 02. 2023

죽음의 Death Game -2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우리는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교과서 담 아래로 내민 문도의 손 앞에 내 손을 마주했다. 주먹을 쥔 두 손이 속삭이는 구령에 맞추어 각자의 뜻대로 모양새를 잡았고 나는 졌다. 승자인 문도는 고민도 없이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뒤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그냥 교실 뒤에 가서 엎드려뻗쳐.”

그의 명령에 웃음이 터진 우리는 한동안 고개 숙여 웃었다. 웃음기가 가시고 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뒤로 향했다. 그리고 문도의 명령대로 엎드려뻗쳤다. 일동 시선이 다시 내게로 집중되었고 선생님께서는 너는 또 뭐하니? 라고 물으셨다.

나는 고개만 들어 아, 졸려서요. 라고 대답했다. 선생님께서는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니 장난이면 봐줄 테니까 그냥 들어가라? 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잠 깨면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라고 답했다. 작게 킬킬 거리는 문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문도는 교과서 담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뒤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와 얼굴을 마주하면 웃음이 터질까 봐 부러 고개를 푹 숙이고 엎드려 있었다.


한 오 분 지났을까. 문도가 아주 작게 야, 들어와! 들어와! 라고 속삭였다. 나는 일어나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손을 마주했다.

“막판.”

“오케, 찐막.”

내가 말하고 문도가 답했다. 그런데 문도가 다시 손을 거뒀다. 벌칙을 정하고 승부를 내자는 그의 제안에 나도 손을 거뒀다. 문도는 이런저런 벌칙들을 제안했지만 나는 피날레는 피날레다워야 한다는 이유로 그의 허접한 제안들을 마다했다. 시간은 흘러 남은 수업 시간은 오 분 남짓. 우리는 다음 시간으로 승부를 미루기로 합의한 후 교과서 담 아래에 묻고 있던 머리를 들었다. 칠판이 보였다. 선생님께서 오십 분 동안 빼곡하게 필기를 해 두신 칠판이.

“야, 칠판 지우자.”

문도가 웃는다. 나도 웃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각 진영의 손들은 다시 교과서 담 아래로 모여 서로를 마주했고 몇 번의 공방이 오갔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문도는 교과서 담 아래로 다시 고개를 묻었다. 나는 문도를 채근했다. 아, 가만 있어봐. 라고 말하며 문도는 나를 밀어냈다. 그럴 수록 나는 더 문도를 채근했다. 결국 그가 일어나 교실 앞으로 향했다.


교과서를 읽으시던 선생님께서는 낭독을 멈추시고 문도를 바라보셨다. 친구들 몇몇은 벌써부터 키득대었다. 칠판 앞에 멈춰 선 문도는 지우개를 들더니 칠판의 왼 편부터 위에서 아래로 지우개질을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야. 라고 문도를 불렀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대놓고 웃는 친구들도 있었다. 딱 맞춰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 종소리와 함께 문도의 옆통수에 선생님이 들고 계시던 교과서가 날아와 닿으며 둔탁한 파열음을 내었고 또 그와 거의 동시에 선생님의 손바닥이 문도의 귀퉁배기에 닿으며 굉장한 소리를 내었다. 교실 밖에서는 수업이 끝난 다른 학급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렸으나 우리 학급 일동은 침묵했다. 선생님께서는 손목시계를 푸시고는 나를 향해 말씀하셨다.

“고 뒤에 있는 놈도 나와. 아까 엎드려뻗친 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 앞으로 향해 두 손 공손히 모으고 선 문도의 옆에 같은 자세로 섰다. 이윽고 내 귀퉁배기에도 선생님의 손길이 닿았다. 어느 쪽을 가리지 않고 손을 휘두르시던 선생님께서는 분이 풀리지 않으시는지 이제는 주먹을 쥐셨다. 그 주먹으로 머리통 두 개를 번갈아 가며 후리셨다. 해병대에서 단련된 주먹이 여간 매서웠다. 다음 수업 시작 종이 울리고 나서야 선생님께서는 주먹을 거두셨다. 우리는 선생님이 내민 휴대전화에 돌아가며 어머니의 연락처를 눌렀다. 선생님께서 교실을 나서시고 나와 문도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볼은 부었고 머리에는 혹이 생겼다. 다음 교시 수업이 시작되었으나 우리는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하며 또 머리를 흔들기도 하며 몸 상태를 점검하느라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원래라고 집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몸 상태를 점검하던 중 문도가 나를 불렀다. 그러고는 이렇게 속삭였다.


“내가 한 대 더 맞은 거 알지?”


끝!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의 Death Game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