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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Nov 24. 2023

위내시경이 부릅니다. 침과 콧물과 눈물과 분비물. -2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한참 벌크업에 빠져 살던 그때 나는 하루에 여섯에서 일곱 끼를 (처)먹었다. 당연히 소화가 잘 될 리 없었고 나는 그 원인을 알면서도 외면했다. 식사량을 줄일 생각은 않고 이것은 필경 무언가 심상치 않은 병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해 위내시경을 예약했는데 그때 옆에 계시던 과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거 수면으로 하면 비싸니까 비수면으로 해.”

생 눈을 뜨고 굵직한 호스를 몸 안에, 무려 위까지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시는 과장님의 태연한 얼굴을 세상에서 제일가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가 내 눈빛을 읽었는지 이렇게 덧붙였다.

“아이, 나도 받아 보고 하는 얘기야. 받을만하던데?”

나는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리고 예약을 취소한 후 다시 비수면으로 예약했다.

과연. 무려 팔만 원이나 저렴했다.


예약 당일 지시대로 빈속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차트를 보시다가 어? 비수면이시네? 라고 말씀하신 후 비수면으로 해 보셨어요? 라고 병원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내게 물어보셨다. 나는 부정했고 의사 선생님은 젊어서 좋네요. 라고 말씀하신 후 호스를 꺼내 드셨다. 눈을 감았다. 이내 입안으로 차가운 대가리가 들이닥쳤고 그것이 바람 같은 것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놈은 멈추지 않았다. 쑤욱 밀고 들어오던 그것은 내 식도를 지나 위에 닿았다. 내 입에서는 거억, 거어억 하는 세상 들어본 적 없는 트림 소리가 울려 퍼졌고 몸은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튀어 올랐다. 한 분뿐이던 간호사는 어느새 두 명 또 세 명으로 늘어 내 팔다리를 하나씩 짓눌렀고 의사 선생님은 그 간호사들에게 무어라 긴급하게 소리를 지르시는데 그 소리는 나의 사내다운 트림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 후로 몇 분이 영겁과도 같았다.


이내 내 몸을 누르던 간호사들의 손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서야 눈을 떴다. 입에서 빠져나가는 호스 대가리가 보였다. 침과 콧물과 눈물과 분비물(이렇게 적으니까 잔나비의 노래 꿈과 힘과 책과 벽 같습니다. 허허)로 젖어 축축한 베개에서 머리를 떼고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젊어서 좋다고 말씀하시던 의사 선생님께서는 호스를 기계에 정리하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위내시경 이렇게 하는 거 아녜요.”

동감했다. 단언컨대 포경 수술보다도, 맹장 수술보다도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


이튿날 출근하신 과장님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정말 너무도 해맑게 웃으시더라. 오! 잘 받았어? 받을만하지? 별거 아니라니까?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저 말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병원에서 겪은 일을 설명하자 과장님께서는 박장대소하셨다. 그래도 끝까지 나는 받을만했는데? 거기 병원이 이상한 거 아냐? 라며 같은 태도를 고수하셨다. 너무나 존경하는 그이지만 하… 뭐랄까, 그날만큼은 더없이 얄미웠다고만 적어 두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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