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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01. 2022

부암댁의 생각_5.계절을 잊은 그대에게

계절을 잊은 그대에게


소한인데 딸기철이란다. 산타도 빨간색 딸기도 빨간색이라 어색하지 않은지 몰라도 난 분명 어릴때 딸기를 더워질때 봤던 것 같은데 겨울이 제철이란다.


한 겨울인데 경남 함안 수박이 판로가 막혀 버려질 지경에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왠만하면 농가 살리기에 동참하고 싶은데 초록색의 수박은 보기만해도 춥고 빨간 속을 보면 이시려서 못 사먹겠다.



빨간친구 토마토. 작열하는 태양 아래 붉게 색드는 토마토를 보면 톡하고 따서 잎에 넣고 그 진한맛을 느끼고 싶지만, 지금은 냄비에 넣고 푹푹 오래 끓여 먹고 싶다. 샐러드의 방토는 어색하다.



얼마전에 간 자하손만두. 큰맘(?)먹고 자하상차림을 시켰는데, 오이 잔치다. 만두에도 오이, 냉채에도 오이. 오이 싫어하는건 아닌데 추운날씨에 오이를 오독오독 먹자니 몸속이 시리다. 잣, 두부, 오이때문인가..속은 편한데 배가 차다.


들판에 나가보면 봄은 초록초록 하고 여름이면 알록달록하고 가을이면 색들이 점점 익어가다 겨울이면 마른색과 하얀색인데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알록달록하다. 사시사철 구하지 못하는 채소나 과일이 없다. 하우스 재배를 하든 수입을 하든 어떻게든 구할 수 있다.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다. 마트는 1년내내 사시사철이고 풍요롭다(?). 마트는 풍요로운데 난 살게 없다.



책에선 제철채소를 먹으라한다. 노지에서 비오고 바람부는 온 날씨를 옴씬 맞고 자란 작물은 그 시기에 우리 몸에 맞는 영양소를 제공한다한다. 그래서 계절을 느끼며 제철채소를 사려고 두눈 크게 뜨고 보고 있는데 제철 채소를 사는게 그렇게 어렵다.



봄이면 앞다투어 내가 먼저 봄을 전한다며 봄나물들이 마트에 깔리지만, 들판에 나가보면 이제사 순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추석에는 아직 맛도 들지 않은 과일들이 선물로 보내진다. 좀 늦으면 가격이 떨어진다니, 때 아닌때 수확하고 그마저도 안되 하우스를 지어 키운다. 그도 모르고 ‘벌써나왔나?’ 하고 집어 들면 어째 비실비실 밍밍하다.



산으로 들로 나가보는게 제일 좋은데 녹록치 않다. 그나마 인스타로 농부님들의 피드를 보면서, 마르쉐에 나가서 둘러보고 농부님과 대화를 하고 책을 찾아보며 제철을 글로 익힌다. 사계절 뚜렷한(?) 이 나라에서 계절을 글로 배우다니....



얼마전 길을 가다가 한겨울에 핀 개나리를 보았다. 이제 계절이 아닌 때에 꽃도 핀다. 사람도 계절을 잊고, 이젠 작물들도 계절을 잃어간다.



#개나리너마저 #계절을글로배워요 #부암댁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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