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암댁 Mar 01. 2022

부암댁의 생각_6.심플하게 먹는다

심플하게 먹는다 



몇해 전(이라고 쓰고 찾아보니 벌써 9년전) 도미니크 로로 라는 프랑스 작가의 #심플하게산다 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때도, 지금도 구지 사서 읽지 않지만, 책 뒷표지에 나온 글로 이 책의 이야기가 얼추 짐작된다. 응..좋은 내용이다.  나는 그런 심플류의 사람은 아니지만 내용에는 공감된다. 어쨌든 최근에 책에서 말하는 심플은 아니지만 ‘심플하게 먹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원재료명이 심플한 것을 먹는다



언제부터인가 가공식품을 살때면 뒤집어서 원재료명을 읽어본다. 내가 모르겠는 화학단어로 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있고, 내가 익히 들어본 재료이지만 그조차도 가공되어 분말이나 엑기스로 들어간 것이 많다. 복잡한 원재료명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적은 양으로도 맛을 내는 것, 유통을 편하게 하는 것, 보관이 길어지게 하기 위한 것들이 뒤섞여 있다.



가공품은 분명 편하다. 하지만 알고 먹기엔 너무 복잡하다. 그 원재료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가공되어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 몸에 들어가서 어떻게 작용을 할지는 더더욱 알기 어렵다. 산업사회, 자본주의에서 ‘가공’이란 돈이 되는 것이지만, 내 몸엔 과연.... 다 알고 먹는게 어려운 일이니 가공품은 되도록 지양하겠지만, 먹는다면 되도록 원재료명이 심플한 것을 먹고 싶다.



2. 양념을 심플하게 먹는다.



고등어조림을 만들어보려 검색창에 황금레시피를 찾는다. 그 레시피에는 양념만 한단락이다.



- 진간장, 멸치액젓 혹은 참치액, 고춧가루, 된장, 매실액(올리고당 혹은 물엿) 마늘, 파, 생강가루, 후추 그리고 비린내를 잡기위해 청주. 레시피에 따라 들기름 참기름이 들어가기도 한다.


양념만드느라 냉장고며 양념수납칸이며 다 털어야하게 생겼다. 게다가 그 양념들의 원재료명을 보면 또 어떻고 양념에서 겹치는 것은 하나로 정리한다. 간을 맞추는 간장 액젓 된장 등등은 간장으로 통일, 단맛을 내는 청주, 매실액 등등은 양파와 무로 단맛을 내고, 고춧가루와 다진마늘 반티스푼으로만 해도 충분하다. 고등어를 신선한 것을 사면 구지 청주, 생강가루, 후추를 넣을 필요가 없다.


식재료를 잘 사면 양념을 점점 더 빼고 싶어진다. 살짝 익혀 간만 맞추면 충분하다. 양념은 되도록 심플하게 먹고싶다.


3. 식재료와 나 사이를 심플하게 한다.



얼마전 백화점 식품관에 갔다. 시들시들한 야채들이 예쁘게 진열되어있었다. 대체 얘네들은 어디서 어떻게 자라서 어딜 돌다가 왔길래 이렇게 힘이 빠져있는거야 싶었다. 순간 최근에 본 ‘농산물 가격의 비밀’의 내용이 스쳤다. 시들시들하여 안팔리는 야채들 뒤로 힘들었을 농부님들의 얼굴과 자기 잇속 챙기는 중간업자 얼굴이 겹쳤다. 휴..�


농산물 가격에 유통과정에서 소용되는 비용도 아깝고, 또 그 과정에 소모되는 에너지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산물과 나와의 사이가 심플할수록 에너지도 절약도 되고, 마땅히 비용을 받아야할 사람에게 돈이 돌아간다는 생각이다.


심플하게 먹으려고 하니, 정말 어렵다. 심플하려면 살지 말지 먹을지 말지 판단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많이 알아야한다. 농산물도 알아야지, 양념과 조리도 알아야지, 유통구조도 알아야지 등등등. 이런 이야기 하면..뭐 이런거까지 알아야해? 어려워..그런다. 나도 그랬고...


그런데 우리가 애초에 알아야할 것을 알려하지 않고 덮어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문제가 아니었을까?알고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으면 이렇게 어렵진 않았을텐데....모르는게 당연한게 아니라 아는 것이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기꺼이 알고 심플하게 먹겠다.



#부암댁의생각

매거진의 이전글 부암댁의 생각_5.계절을 잊은 그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