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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01. 2022

부암댁의 생각_4.김치2020


어릴 때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할머니한테 김치를 받는데, 난 누구한테 받아? 그랬더니 엄마는 현명하게도, 넌 니가 담고 엄마를 좀 나눠주면되! 라고 하셨다. 농담인줄 알았는데, 할머니가 김치를 못담구시고 난 뒤 정말 나의 김치 생활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김치는 밖에서 먹거나, 아님 사먹거나였다. 다행히 결혼하고는 시댁에서 얻어다 먹었다.


요리를 하고는 김치는 꼭 한번 잘 배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특히 마크로비오틱에서 계절에 따라 김치를 배운다고 하여 이참에 김치를 잘 배우고 감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우고나면 항상 2-3번씩 복습했고, 다른분들은 어떻게 담는지 찾아보고 배우러가기도 했다. 비건, 사찰, 전라도, 서울식 등 여러 종류의 김치를 사서 먹어보고, 김치를 먹을 때면 항상 맛을 생각하며 먹었다.



겨우 한해 김치를 감각하는데 집중했을 뿐인데, 우리집 김치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김치찌개, 김치볶음밥은 좋아해도 김치는 먹지 않던 김슨생이 김치를 먹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김치의 젓갈냄새가 불편했던 것 같다. 난 밖에서 먹는 김치에 까탈스럽게 굴기 시작했다. 아무생각 없이 먹었을 때는 먹을만 했던 것들이었는데, 이젠 풋내, 비린내, 알싸한맛들이 익지않고 버무러진 김치를 볼때면, 대략 난감하다.



김치를 감각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맛볼때 혹은 만들때 세가지 기준이 생겼다.


1. 잘 절여져 풋내가 나지 않는가

2. 양념이 과하지 않고 잘 어우러져 있는가

3. 잘 익어서 아삭하며 시원한가.


아쉽게도 맛있다는 시판김치든, 국밥맛집의 김치든 이 세가지가 잘 지켜진 김치는 거의 만나지못했다.




절임정도와 양념의 적당량, 익힘정도를 감각하는 일에 하나 더하여 숙제가 생겼다. 백김치와 동치미와 같은 하얀김치의 익은 맛을 감각하는 일이다. 대체 모르겠다. 지금까지 단맛과 톡쏘는 사이다 맛만 감각했다보니 어떤 맛이 백김치가 익은 맛인지 감각해내기 어렵다. 특히 이게 ‘군내’라고 표현해야할지 고소하다 표현해야할지 그리고 이것이 잘 발효된 맛인지 잘 모르겠다. 내츄럴와인에서도 때로 이 군내가 감지된다.


김치를 보고, 어느 계절이 이 지역에서는 어쩌다 이렇게 담가먹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는 일이 재미있다. 2020에는 계절에 따라 채소와 양념을 달리하는 김치를 감각했다면, 2021에는 계절마다 지역마다 왜 그렇게 먹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겠다.


#김치2020

#부암댁의다짐 #부암댁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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