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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01. 2022

부암댁의 생각_9.요리를 배우다



요리를 배워야한다는 생각은 못했다. 부엌일은 나중에 징하게 하면서 배울테니 할필요 없다고 했고, 공부해 돈벌어서 사먹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부엌일은 징하게 할일이 없어 요리는 늘지 않았고, 돈벌어 사먹을래도 피자나 치킨을 사먹었다.



심심한데 요리나 해볼까? 싶었다. 티비에서는 휘리릭 촥촥 촤르르르 멋있었고, 그리고 참 쉽쥬? 라는 한마디까지. 나도 까짓거 양파를 다다다다 썰어보고, 보는 거처럼 따라서 휘릭 착 볶아서 만들었다. 말처럼 쉬웠다. 게다가 맛있기까지. 백주부와 수미 할머니는 손맛 최고의 선생님이었다. 티비 최고!



그런데 요리를 조금 배운 지금. 티비를 볼때마다...식재료를 망치고 있구나, 저렇게 맛을 때려넣으면 당연히 맛있지, 저러면 소화 안되고 몸에 과부하 일텐데.. 주절주절하며 꺼버린다. 쉽겠지....왜줘뤱?



어쩌다 친구따라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슨 요리를 많은 돈주고 배워? 싶었다. 존중과 존심(?)으로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난 맛있게 할줄 아는데? 하는 오만함에 가득차 대충 들었다. 시간이 거듭할 수록 아... ‘나 정말 막하고 있었구나’하며 겸손해졌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는 공부다]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난 요리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몰랐음 새로 배우기만 하면되는데, 쓸데없이 주워들은 지식에 고치는 일이 더 힘들었다. 슥슥 휘리릭 하는 자세부터 고쳐야했다. 차근차근 확실히. 계절 , 땅, 식재료의 특징을 생각하며 식재료를 고르고 손질하여 알맞은 양념과 조리법을 선택해 눈, 코, 입, 귀을 활짝 열고 조리 과정에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계절, 땅, 식재료도 알아야해, 양념과 조리법도 알아야해, 뭣보다 전부 감각해야해... 어려운데다 배워야 할것이 endless인데 어디로 가서 배워야할지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종종 요리가 수학이나 영어 피아노 같은 거였다면? 이란 생각을 한다. 체계적인 학습과정이 있고, 풀이와 해답을 갖춘 문제집이 많이 있고, 경험을 위한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있고, 연습을 위한 교본과 매일 5번씩은 쳐볼 연습할 상황이 된다면. 수학이나 영어처럼 애초부터 어려운 것이니 잘 알아둬야하는 것이라고 가르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진정 잘 먹고 잘 사는 일이 수학 영어 잘해서 취직 잘하고 돈버는 일에 있기보다 요리를 잘 배우는 일에 있지 않나 하는 당돌한 생각도 해본다.



요리는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야하는 수고스러운 일이다. 식재료를 사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하고, 손질하기 위해 손품을 팔아야하고, 맛있게 조리하기 위해 감각을 집중해야하고, 마지막으로 먹은 자리까지 깨끗이 해야하는 마음을 쓰는 일이다. 그런 밥상은 몸도 마음도 참 따뜻해진다. 그런데 그걸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어떻게 한담.. 지금까지 부모님덕분에, 자본의 논리에 막돌아가는 사회(?) 덕분에 너무 쉽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밥상 때문에 ‘잘차려진 밥상’에 들인 수고에 대해, 가치를 둬야하는 것을 잊고있는 것 같다.





그런 가치 있는 일인 요리를 배우기로 했던 일은 잘한 것 같다. 사회나와서 쓸모없었던 9년 강제(?)교육때 배운 것들이 요리를 배우며 쓸모있어졌다. 콩고르기를 하며 멘델의 유전법칙이 떠오르고, 술을 빚으며 효모와 효소의 온도 pH의 관계를 배웠던 것이 기억난다. 절기를 생각하며 지구과학에서 배웠던 달의 궤도가 생각나고, 문학시간에 배운 월령체 농가월령가도 이제와 마음에 콕 박힌다. 간장을 담그기 위해 소금물을 계산하면서 이제와 소금물 농도 계산하기가 이해가 되고,설거지를 하면서 계면활성제에 대해서 비로소 아하!를 외친다. 글자로 겨우 머리 속에 집어 넣었던 것들이 마음으로 이해되니 너무 재미있다! 9년 강제교육 쓸모있네!!



요리를 배우며, 사는 일이 재미있어졌다. 세상을 이해하게 되고, 나를 돌아보게 되고, 화려한 예쁨보다 자라나는 힘을 가진 자연을 볼 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 즐거움은 끝이 없으리라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그래서 추천한다. 요리 배우는 것을.



#부암댁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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