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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01. 2022

부암댁의 생각_8.반려발효생활

발효는 나에게 어려운 단어였다. 알고싶지만, 알기엔 너무 어려운 것 같았다. 쉽게 다가서도 안될 것 같았고, 알기까지 너무 오래걸릴 것 같았다. 다 떠나서.. 엄청 귀찮고 번잡스럽고 힘든것이라고 생각했다.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그래서 발효는 알되 발효는 하지 않아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 집에서 청국장을 띄워보더니, 메주를 띄우더니, 술을 빚더니... 왜 이쪽으로 가고 있는거지



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길이었는지도,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조차도 어려워지고, 밖에 나가는 시간보다 집에 있어야할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효는 사부작하기엔 최고의 놀잇감이었다. 어항바라보듯 빚어놓은 술을 바라보고 있고, 진흙놀이하듯 메주를 만들고 있고, 색깔놀이 하듯 색색의 야채들을 쌀겨에 그리고 있다.




지금 우리집엔 청국장, 메주 장, 술, 누카즈케가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간밤에 얼마나 술이 만들어졌는지 둘러보고, 소금물에 담가놓은 메주가 얼마나 색이 변했는지 보고, 전기매트 안에 얼마나 청국장이 하얘지고 실이 생겼는지 보고, 누카즈케 통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고 잘 뒤집어 준다. 상태를 보고 어떤 건 잘 다듬어 식탁위에 올리고, 안좋은 아이들은 어떻게 괜찮게 할지 고민한다. 책을 찾기도 선생님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난 그저 둘러봤을 뿐인데, 하루가 간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다. 하나하나가 궁금하다. 수분을 그렇게 머금고 고온에 있어도 볏집으로 싸고 있으면 청국장에서 냄새가 안난다. 분명 쌀로 술을 빚었는데 쌀에 따라 누룩에 따라 제법에 따라 사과향 포도향 딸기향이 난다. 다 같은 콩으로 메주를 빚었는데 어떤건 할머니집 냄새가 나고 어떤건 캬라멜 향이난다. 메주를 깨보니 색색의 곰팡이들이 낀 메주에서 더 좋은 향이 난다. What a surprise!



게다가 왜?를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어진다. 과학이 없던, 기술이 없던, 도구가 없던 시절에 무엇을 어떻게 깨달아 이러한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을까? 계절마다 조건을 달리하여 만드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유기농 무농약 인것과 아닌 것의 발효차이는 왜 이렇게 나는 걸까? 이런것들을 알아보면 더 재미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발효를 시켰을까 를 생각하다보면 땅 - 농부님 - 콩, 쌀, 소금 등의 농산물 - 날씨, 계절 - 우리 선조들의 삶을 찾아보고 생각하게 된다. untact시대에 발효를 통해서 이 모든 것과 contact 되어있음을 느낀다. 와! 위아더 월드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쉽고 재미있으니 모두 하세요! 라는 이야기는 못하겠다. 이거 쉽지 않고, 돈, 힘, 시간도 들고, 잘 모르고 하다간 맛도 없고 상해서 버려야 하면 마음도 상해서 선뜻 하란 이야기는 못하겠다. 돈, 힘, 시간, 마음이 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반려 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백만가지 임에도 한가지 이유로 반려생활을 시작하듯. 나도 반려발효생활을 안해도 될 이유가 너무도 많지만, 느끼는 바가 너무 많기에 이어가보련다.


#부암댁의생각 #부암댁의사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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