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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Oct 17. 2022

부암댁의 생각_13.오모테나시, 융숭한 대접


지난 주말, 망경산사와 장 선생님 댁에 다녀왔다. 배움이라는 것을 내려두고 순수히 놀러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남의 집 갈때는 두손 무겁게 가야하는 것인데, 난 또 정신모냥이 빠져 내 두손은 가볍디 가벼웠다.  ‘스님들도 선생님도 바쁘시니까, 살짝 조용히 있다 오자’ 라는 내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너무도 극진한 대접에 몸둘바를 몰랐다.



스님들께서는 바쁜 와중에 모두가 나서셔서 나물을 뜯고, 그동안 바빠 못해줬던 체험을 해주고 싶었다며 한상 차려주셨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가기 전날 낮부터 방에 군불을 피워 은은하게 따뜻한 방을 내주셨다. 그뿐이랴 지내는 순간순간이 감동이었다. 스님들과 선생님의 마음씀이 그대로 전해졌다.



“정말 감사하다”


돌아오는 내내 마음 속에 감사함만 흘렀다. 또 머리 속에 계속 ‘오모테나시 お持て成し’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2013년 IOC총회에서 일본 도쿄 올림픽 개최 연설에서 타키카와 크리스텔이 이 단어를 쓰면서 그 해에 유행어대상까지 되면서 화제가 된 단어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접객문화 혹은 서비스 이야기할때 자주 나오는 단어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난 진심어린 마음 뿐만 아니라 배려 센스 재치 감동 등등 모든 단어가 들어가야 할것 같은 단어로 여긴다. 우리말로 하면 융숭한 대접 정도로 생각하면 될것 같긴 한데, ‘융숭한’이라는 단어는 너무 부담이 느껴져 오모테나시와는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지난 주말을 표현할 단어가 오모테나시 말고는 적합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스님과 선생님의 손님맞이에서도 그랬지만 최근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곳곳이 생각났다. 아미산 쑥티 된장 @uchunhong 선생님 댁에서의 대접이 그랬고, @wishyouwerehere_tongui 에서의 식사가 그랬고, 늘 영감이 되는 @jaeryunlee 댁에서 그랬다. 이 곳의 공통점은 공간, 음식, 즐거운 대화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돌아서서 나오는 내내 그 자리의 여운을 계속 이야기 했고, 자주 그리고 오래 그 자리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를 좋게 변화시킨다.



이런 경험에서 나를 돌아봤다. 난 공간에서 어떻게 손님을 맞이 하고 있는가? 여러 손님이 오시는데, 준비하고 요리하다보면 내가 어떻게 맞이했는지 생각할 틈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아직 손과 마음이 서투르다. 얼른 익숙해져서 많은 분들께 공간이 따뜻한 곳으로, 편안한 곳으로, 즐거웠던 곳으로 기억되도록 하고 싶다.



#부암댁의생각 #부암댁의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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