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건 한잔 술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워낙에 술을 좋아하던 나였다. 지방에가면 꼭 지방 막걸리를 찾았고, 일본에 다녀오면 꼭 술을 사왔다. 술을 빚어먹겠다는 생각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키트를 사서 만들어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찾아보았으나 술빚기는 영 흥미가 가지 않았다. 뽀글뽀글 하며 올라오는게 신기했지만, 결과물은 시큼하고 쓴 손이 가지 않는 술이 탄생할 뿐이었다.
‘술은 사마시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주구장창 술을 사마셨다. 그러던 어느날 장 선생님께서 맛보라고 내어주신 술 한잔에 다시 술빚기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 술은 입에선 달며, 코에선 향긋한 향기가 뿜어지고, 알콜은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 배속이 따뜻해지는 그런 술이었다. ‘진정 술은 이런거 일것 같아! 이런 술..빚어보고 싶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막상 빚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다. 무작정 배울곳을 찾았다. 전통주 연구소의 커리큘럼은 너무 빡세 보였고, 적당히 막걸리 학교를 갔으나 막걸리 학교는 정말.. 막걸리 학교였다. 여기저기 술배우는 곳을 기웃기웃하며 다녀도 대체 그 술은 만날 수 없었다. 술을 배우려고 해도 같이 하겠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 장선생님께 가르쳐 달라고 부탁드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장 선생님께서 삼해주 만드는 모임에 초대해주셨고, 정월에 삼해주는 빚어야 하는 모임인데 아무것도 할줄 몰라 어쩌지 어쩌지 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부의주 10번만 빚어보면 조금 감이 잡힐거라는 말씀에 덥썩 해보기 시작했다.
백세하는 거, 쌀 불리는 시간, 고두밥찌는 방법.. 다 어디서 스치며 보거나 주워들은 것 뿐이지만 무대뽀로 빚어보기 시작했다. 혼화시간도 저어주는것도 느낌적인 느낌; 내맘대로. 문제가 생길때마다 ‘선생님~ 이게 이래요’ 하고 sos 를 쳤다. 선생님께서 툭툭 던져주시는 답변에 조금씩 다듬어 나갔다. 빚다보니...대체 제대로 알고 하는 것이 없었다.
백세(쌀 깨끗이 씻는것)도 도정기술이 좋아져 할 필요없다 그랬는데, 하다보니 꼭 필요한 과정이다. 고두밥도 ‘아주’ ‘잘’ 공들여쪄야 하는데 제대로 찐 고두밥 별로 본적 없다. 그리고 술단지를 따뜻한데에 두고 한 2-3일은 저어주라고 했는데, 차디찬 곳에 두고, 젓지말고 천천히 끓게 두어야 하는 것 같다. 뭐야... 지금까지 알던거 뭐야...
제대로 알고 싶어서 책을 사서 찾아보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선생님 말씀을 곱씹어보고, 직접 해보고 하면서 술에 대해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점점 재미있어졌다. 분명 곡물이었는데! 누룩과 물만 넣었는데! 과일 안넣었는데!! 사과, 포도, 딸기, 수박 향이난다. 술의 묘미는 격하게 뽀글뽀글하는데에 있는줄 알았는데, 아니.. 진정 술의 재미는 곡물이 발효해서 과일향과 꽃향이 나는 데에 있다.
조금씩 알아가면서 내 술의 맛과 향을 분별하는데에 너무도 마신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무수히 마셔왔던 술은.. 의미가 없었다. 나름 맛평가하면서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빚어보고 나니 잘못한 평가였다. 그래서 다시.. 맛과 향에 집중하며 마셔보는 중이다.
마시다보니 또 많은 질문들이 생겨난다. 입국과 효모를 뿌려넣는 일본 사케는 무슨 맛이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한국의 전통주는 어떻게 빚기에 사람들이 외면하는지, 대체 그 싫다는 누룩취는 무엇인지, 전통주에서 무슨 맛과 향을 느껴야 하는지, 사람의 취향에 따라 어디까지 변하여야 하는지 등등... 많이 마셔보고 많이 의견을 나눠보고 그러고 싶은데, 아놔...코로나..
술을 계속 해나가면서, 결국 누룩을 해야겠다 싶었다. 누룩을 할줄 알아야 진정 술을 빚는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효모를 골라 조합하는 것보다 곡물에 자연스럽게 띄운 효모들을 알고 다루는 것이 훨씬 흥미로워 보이기에 올해는 누룩을 해야겠다.
지난 겨울동안 술을 빚으며 느낀점은 여기까지. 앞으로 부족한 부분 계속 채워나가며 더 많이 빚어보고 경험해가고 하며 또 느낀점을 남겨둬야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