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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 생각_55. 음식하며 생각하기_2

by 부암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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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하며 생각하기 2


5. 양념의 적당량에 대해서 생각해야한다.



내가 양념의 적당량을 생각하게 된건 김치통을 씻다가 였다. 그날따라 김치통을 씻고 고춧가루와 기타 양념에 막힌 수챗구멍이 이상하게 보였다 ’아니 고춧가루 비싸다면서 이렇게 버려져도 되나’� 그때 이후로 김치 양념을 어디까지 줄여도 되나하고 줄여보았다.



마늘을 줄여보고 고춧가루를 줄여보고 하니 어떤 적당한 양이 있었다. 둘다 어느 임계치를 넘으면 발효가 일어나지 않았고, 맛도 텁텁해지거나 써졌다. 그렇다고 양념이 적으면 살균 방부 효과가 떨어져 보존되지 않았다. 적당한 양은 필요하다. � 다른 음식의 양념도 마찬가지 였다. 고추장도 된장도 굴소스도 케찹도 다진마늘도.. 임계치를 넘으면 텁텁했다. 텁텁함을 해결하려고 넣다보면… 양념이 메인이 되었다. 메인재료는 가려졌다.



메인재료를 좋은 것을 사다보니 양념이 재료의 맛을 가리는 것이 괘씸했다. 그래서 최대한 거둬냈다. 메인 재료에서 단맛 감칠맛을 물씬 느낄 수 있게, 양념은 적당히. 고춧가루가 살짝 있었단 느낌만 나게, 마늘이 살짝 있었단 느낌만 나게. 양념은 메인이 아니다, 뉘앙스다.



6. 마늘은 과한 존재이지만 필요한 존재이다.



언제부터인가 마늘은 큰 한술 넣어야 맛있는 음식이라 했다. 하지만 나는 생마늘은 속이 아파 본능적으로 마늘을 많이 넣진 않았는데 그래도 음식엔 마늘이 꼭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사찰 음식을 먹으면서 속이 편해지고 음식의 본래의 향이 잘 느껴지고 뭣보다 고약한 성질이 고요해 지면서 ‘마늘 안넣어도 되는구나�마늘 독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뒤로 극한으로 마늘을 멀리했다. 마늘을 멀리하니 양파도 파도 부추도 조금씩 멀어졌고, 어쩌다 먹은 날엔 몸이 후끈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마늘 안먹길 잘했다 생각했는데, 여름이 오면서 어라? 마늘이 필요한가? 싶었다. 음식이 잘 쉬는 것을 막기도 하지만, 여름의 풋내들과 물비릿한 맛을 마늘을 조금만 넣으면 밸런스가 좋아졌다. 뭣보다 장마철에 추울때 몸에 은근한 온기를 주었다.



아주 조금으로 열을 올리는 착화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몸에 기력이 없을 때 착 힘을 붙게 해주는 존재. 하지만 조그만게 힘이 쎄서 잘 다뤄야 하는게 마늘이다. 마늘, 함부로 넣으면 안된다. 음식의 맛도, 내 몸의 힘도 내맘이 아니라 마늘 맘대로 될터이니…�



7. 우리는 참기름이 아니라 들기름의 민족이다.



매해 참깨가 난리다. 대부분은 수입산이다. 그럼에도 참기름의 민족이라고 휘이휘이 참기름을 붓는다. 나물에도 김치에도 통깨를 후두두 쏟아 붓는다. 이렇게 참깨를 많이 쓰는데 참깨는 왜 수입산이 많을까? 생각했다.



그것은 참깨가 잘자라는 환경에 영향이 있지 않나 싶었다. 참깨라는 작물은 습을 싫어한다. 원산지가 인도 아프리카 열대 지방이다. 참깨가 무럭무럭 자라는 시기에 한국엔 장마가 온다. 장마가 와서 녹아내리거나 웃자라 쓰러지거나 꽃이 수정을 안하거나…한국의 기후에선 참깨가 잘되려면 품이 많이 든다. 옛 이야기에 참깨농사가 잘되면 벼농사 망친댔다. 한참 비가 와야하는 장마철에 비가 안오면 참깨는 잘 영글지만, 벼는 잘 영글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들깨는.. 언제고 어디서든 한국에선 너무 잘, 아니 너무 무성히 자란다. 게다가 참깨는 잎 못따먹는데 들깨는 잎도 따먹고 씨앗도 많이 달리고 들이는 품대비 얻어먹는게 많은 작물이다. 이런대도!! 우리는 참기름 민족이었을까? 들기름 민족이지 않을까?! 참기름은 귀하고, 들기름은 일상이지 않았을까? 안되는 것을 되게 하려는 힘든 참깨보다는 있는 환경을 힘껏 사용하는 들깨가 우리 DNA에 더 깊이 박혀있진 않을지….�


202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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