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하며 생각하기 3
8. 유기농이라고 해서 다 같은 유기농이 아니다.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항상 한살림을 이용했다. 엄마는 맨날 돈없고 바쁘다고 하면서도 멀리에 있는 한살림에 가서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비싼 채소들을 사서 먹었다. 어린 내눈엔 비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내 눈엔 마트의 채소도 한살림의 채소도 같아보였다. 무지는 이렇게나 무섭다.
채소는 건강을 위해서 몸에 우겨넣어야 하는 존재쯤으로 생각하다, 음식을 공부하며 채소의 맛을 하나씩 깨우치며 ‘와 채소 진짜 맛있구나!’고 할 즈음 가나와 히데오의 ‘진짜 채소는 그렇게 푸르지 않다’라는 책을 읽었다. 충격이었다. 나 정말 아는게 아무것도 없구나. 같잖지도 않은 나의 알량한 지식과 찌릿한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감각으로 요리를 대하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책은 읽기 쉽게 사례들이 많았다. 화학비료, 분뇨비료, 자연재배로 키운 작물들을 똑같이 놓고 썩게 했는데, 화학비료의 채소에선 화학냄새가 나고, 분뇨비료에선 분뇨의 냄새가, 자연재배는 썩지 않고 말라간다는 이야기. 또 비료를 준 푸르딩딩한 풀은 소들이 안먹고, 옅은 푸른색의 풀들 먹었다는 이야기.. 그런 사례 하나하나가 채소를 보는 시선 완전 바꾸게 했다.
정말 그럴까? 무엇때문에 이런 차이가 날까?를 생각하면서, 자연재배 책도 찾아보고, 자연재배, 유기농 농장도 가서 질문 폭탄을 던져보고, 집에서 온갖 것을 썩혀보고, 채소를 예민하게 냄새맡고 먹어보고 하면서 땅, 재배, 채소에 대해서 이해해갔다. 가서 보고 이해하고 먹어보니 ‘그래서 이런맛이 나는구나’ 납득이 되었다. 알아야 하는건 땅이고 자연에 변화에 따른 인간의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전쯤 가본 금경연 농부님의 자연재배의 땅은 놀라웠다. 균형이 이루어져있었다. 벌레도 괜히 인간을 해치기 보다 유유자적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모기가 안물었다는 말을 아무도 안믿어줌�) 땅의 냄새가 이렇게 향긋할 수 있나, 이렇게 포근할 수 있나…잡초마저도 서로 위로 가려는 경쟁보다 서로 도움을 주며 보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은… 아름다운 거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알아갈 때 자연재배면 무조건 이란 생각을 할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단어는 생각을 한정짓는다는 생각이다. 자연재배라고 했는데 어라? 싶은 채소도 있었고, 유기농이라기엔.. 자연재배보다 더한데? 싶은 농부님도 계셨다. 그래서 결론적으론 단어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대학교 졸업장 같은… 무농약 유기농 인증마크가 중요한게 아니라, 농부 한분한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채소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농부님께 채소를 사고 농장에서 고운 꾸러미를 받는다. 채소에 뭍은 흙냄새 풀냄새를 맡는다. 온마음 써가며 가지런히 키워낸 농부님의 손길을 받는다.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고 모든 것이 귀하다.
9. 제철은 당연한 것이다.
때가 아닌 오이는 쓰다. 한여름에 물이 많아 아삭하게 달큰하며 우리몸도 식혀주는 오이는 때가 지나면 껍질과 꼭지가 써진다. 때가 아닌 토마토는 위험하다. 지난 겨울 방울토마로 식중독 사건이 있었다. 새로운 품종인데 저온에서자라 미숙과에서 나오는 독성성분인 토마틴이 많이 있어 몸에서 탈을 일으켰다고 한다. 한여름엔 괜찮은데…때가 아닌 딸기는 비싸다. 언제부터인가 딸기는 겨울 작물로 먹고 있다. 대부분 하우스에서 자란다. 딸기의 스마트팜 시설의 성공기사는 많은데…어마어마한 비용에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하는 시설비와 온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운영비는 어떠한지 알길이 없다. 무엇보다.. 딸기의 향기가 줄고 있다.
비용, 건강, 효율, 등 아무리 생각해도 제철은 당연하고 상식이다. 제일 경제적이고 효율적이고, 제일 맛있다. 요리를 하면 제철을 할 수 밖에없다. 그 ‘때’를 벗어나면 모든 것은 비용이고 과잉이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제철음식은 특별한 것이 되었고, 시설재배는 최첨단 기술로 제일 좋은 것이 되었다. 뭔가… 이상하다.�
202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