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원하지 않게 늙어버린 나를 위로하는 그와 함께
쭈글쭈글 갈색 껍질이 매말라
볼이 쏙 들어간 키위 2개를
바닥이 보이는 상자에서 꺼내
알수없는 과육 사이사이의 흰반점을
무심히 도려내곤
5조각씩 차곡차곡 썰어서
코를 한번 찡긋하며
입에 집어 넣는다.
너무 익어서
과연 영양소는 그대로 남아있을까
내몸에 얼마나 도움이나 될까
입안을 굴리며 석연찮게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익지 않은 풋과일을
냉장고에 넣어놨다간
아무리 기다려도
황금의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는
결국 인상을 더 쓰며
신맛을 온전히 느끼는 수 밖에 없다.
결혼을 한다는 건
아예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원치 않더라도 부모가 제공하신
안락한 둥지에서 입을 열고닫고
올바르다고 가르치시는 대로
목적없이 날기 연습을 반복하다가,
우리는 갑작스럽게 어린선택을 하게 된다
그 시작은, 물리적인 안락함과는 다른
추상적인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이
대부분의 감상자들은 해석할 수 없는
달콤한 작가만의 세계 속 구멍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되어 따라 들어간다.
반복된 공부대신 반복된 집안일을 하다가
아이가 생겨 고통스러운 10개월을 보내고
더 잔인한 육아의 과제를
학창시절 12년 동안의 수능시험의 해방없이
교차로 해내다가
예쁘고 뽀얀 내 얼굴은 어린시절 봐왔던
엄마의 얼굴로
양치를 하다가 울컥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결혼을 꼭 해야하나
결혼을 걷다가 나라는 집을 잃어버리면
길에서 어른의 몸을하고
아이처럼 소리내어 울다가 늙어버려
변질된 톡쏘는 맛만 남은 채 살아가야하는가.
잊지마라,
나를 유혹한 토끼는 네가 어떤 형태로 변하든
부모대신 더 주관적인 너의 입장에 서서
너를 객관적으로 지켜내고자 노력할 것이다.
싱그러웠지만 별 볼품은 없었던
젊은 그때보다,
너를 닮아 신비한 능력을 지닌 아이와 함께
평범한 상온에서의 황금비율의 맛을
제대로 찾아 줄 것이다.
둥지 아래의 매서운 세계를
경험해 본 적은 없었지만
혹여 차가운 바닥까지 내려가
다시 울음을 못참고 슬퍼해도
큰 귀의 영리한 토끼는
나의 손을 꼭잡고 하늘로 날아 올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요슬램프의 덩치크고 믿음직스러운
지니로 변해 있을 것이다.
쭈글쭈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은 나는
결혼이라는, 미혼자의 10년보다
수십바퀴가 더 늘어진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그 과정을 함께한
토끼, 아니 내 사람과 끝내는 함께
더 꾸미지 않아도 더 또렷해진 눈으로
오래 전부터 바래왔던 모든 것들을
이루고 말 것이다.
기억하라,
지니로 변하게 하는 유일한 조건은
그 과정에서 만큼은
명백히 순수한 열정을
쏟아내야 한다는 것
또한 그 과정을 이룩해 낸 용맹한 지니에게
휴식과 자유를 반드시 되돌려줄 수 있는
아내여야 한다는 것이다.
- 부암 마들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