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의 행복한 부작용

_아빠와 아이가 더 친해질 시간이 되다

by 부암 마들렌

연한 핑크색 헤드폰의 블루투스를 눌러 연결하고

고통스러웠던 임신초기 66일만에 멜론 신곡을

몇개 선택해 게슴츠레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엄마의 부재로 완전마비가 된 가족들과

집안은 보이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

소복히 쌓여갔던 먼지와는 달리

다행히도 아빠의 진정한 사랑으로

예쁜 향기가 거실에서 폴폴 나고 있었다.


언성만 높였던 현실의 엄마가

누워있었던 두달 동안,

아이들은 아주 건강하게, 온화하게

아빠와의 색종이 접기, 책보기, 요리하기

맛이 있든 없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기다리고 나눠먹고 감사하기에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한발자국 뒤로 빠진 엄마에 연이어

아이돌 멤버가 번갈아가며 자기파트를

멋지게 소화해내듯

아빠는 무대에 등장하자,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강점으로

아이들을 매료시켜 놓았다.


큰아이는 그 사이 저녁마다

아빠표 볶음밥만 원하게 되었고

막내아이는 그 사이 아빠가 퇴근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해바라기가 되어있었다.

그러다가 닮은 세남자가 뭉치면,

늦은 밤까지 흩어지지 않고 머리를 맞대고는

지칠줄 모른 채 시간을 보냈다.


속이 메스꺼울 때는

어디선가 뛰어와 등을 쳐주고,

외출복도 갈아입지 못하고

현관에서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

각종 야채를 썰어대는

우리집은 세아이를 가진 가난한 부잣집이다.


- 부암 마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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