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41살 나의 올해 첫 번째 도전과제
등이 굽어 까맣게 시들어가는 바나나가 된 듯
똑 바도 앉지도 누워있지도 그렇다고
일어나 제대로 서있지도 못한다.
주문한 흰 죽이 왔을 때만
잠깐 뛰어나가 문을 열어주고는,
이제는 내 체취도
메스꺼워진 이불속으로 들어가
왼쪽, 오른쪽, 천장으로 바꿔가며
온몸의 세포를 자극하는 입덧을
새벽부터
맞이하기 싫은 다른 새벽을 이어
맞이하고 있다.
그러고는 일상생활도, 엄마의 역할도,
먹지도 못해 완전히 망가져버린
날 지켜보던 누군가가 애처롭게 말한다.
'불안해하지 마. 아기는 덕분에 잘
자라고 있어. 지혜롭게 버틸 수 있을 거야..'
세 번째 임신소식에
10년간 연락을 끊고 살자하던
'그리운 친정엄마 목소리'는 분명 아니었다.
그건, 다 커버린 40대의 어른인 내가
안쓰러운 나자신을 보고
나지막이 거는 말이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살아 솟구쳐 위아래로
흘러넘치고 있는 고통1과
생살결을 자비 없이 긁어내어
결국엔 붉은색으로
바람에 시려워진 고통2을
다시 고스란히 불러온다.
용기를 내어 오늘부터 나는
엄살에 위로를 받던
어린엄마였던 순간을 잊고
고통1과 2사이의 작은 공간에
그들이 넘어오지 못하는
높은 천장의 '유리피라미드'를
손을 그어서 만든다.
벽을 퉁퉁 쳐대며
뚫고 들어오려는 기세의
양옆단의 고통을 차단한 채,
오직 그 안에서는 무한의 비움으로
게슴츠레하게 꼭대기의 빛을 응시하고는
입과 코로 호흡만 꾸준히 반복한다.
빛을 쳐다보다가
부서지듯 빨려 들어갈 때까지...
'엄마 저 왔어요'
큰애가 학원을 마치고 돌아왔다.
거미줄처럼 바닥을 메운
내 머리카락들에 시선을 떼지못하고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어기적거리며 들어간다.
- 부암 마들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