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없다없다 외쳐대도 풍성한 자식 농사 한가위
까마귀가 울다가 누고간
먹구름이 자욱한 아침에
다큰 아들은 다리가 불편한지
나이든 엄마 손잡고 저멀리 걸어 내려가고
형아의 형아들 손잡고 사촌동생들도
줄을 지어 내려간다.
엄마는 어디갔는지 뽀글머리 할머니 손잡고 넘어질듯 말듯한 돌아기가 아장아장 걸어가고,
실컨 걸어가다가 아빠 손을 세차게 잡아당기고
반대로 가자하는 호기심 많은 아기도 보인다.
나무 앞에 멈춰서서 기어가는 곤충을
골똘히 내려다보는 아기와 세가족은
무릎을 구부려서 앉아있고
그 옆으로 쌍둥이 유모차를 힘껏 밀고 올라간다.
유모차를 세워두고 예쁘게 핀 가을 꽃 앞에서
휴대폰으로 아기사진을 찍는 엄마가 있고,
이동하고 있는 값비싼 아기자전거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아기 손을 마주잡고
느긋하게 걸어가는 가족도 있다.
뭐가 불편한지 잠깐 멈춰서서
아기띠 고쳐 매고서 지나가는 삼촌
어른자전거를 빌려서 나왔는지 자기보다
훨씬 큰 자전거를 줄지어 몰고가는 초등학생들
씩씩하게 발걸음을 맞춰 버스정류장까지
우르르 몰려 내려가는 네가족의 모습
손가득 짐들고 부모님따라 친척집 찾아가는
무거운 발걸음의 사춘기 아들둘
그런 손자들 조차 오지 않아 걷는 모습이 외로워보이는 까만 등산복의 할아버지가
한손으로 머리 땀을 훔치시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떠서 다들 밖으로 집으로
흩어지는 구나.
-부암 마들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