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제가 없으니까
'제가 나을 수 있을까요?'
'제가 약을 끊는 날이 올까요?'
'언제쯤 괜찮아질까요'
... 등등
그때의 난 나라는 비정상인 사람이 다시 정상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때의 나에겐
우울증은 비정상인 상태이고 나 스스로는 정상인이 아니었다.
나에게 병원 문을 여는 건 정상에서 비정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나 자신이 우울증 환자라는 자각은 잘 없다. 병원 갈 때, 가끔 나쁜 생각이 들 때 아직도 우울증 환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우울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는 나의 우울은 잘못됨, 병균과 같은 존재였다. 반드시 없애야 할 척결 대상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함께 가는 공존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낫지 않기로 결심한 건 우울증 상태가 좋고 긍정적이어서가 아니다.
내 감정은 잘못이 없기에 병균도 아니기에 나아져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감정을 바라보며 다루는 방법이 달라져야 했다.
이런 생각을 갖는데도 굉장히 오래 걸렸다. 5년은 넘게 걸렸다. 적어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나의 감정은 병균덩어리였고 없애고 고치고 사라져야 할 대상이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내 안에서 나는
나 스스로와 싸웠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고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는, 문제가 없다고 매일 믿으려 노력한다.
사실 잘 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매일 문제를 찾아 머릿속 어딘가를 항해하다가
문득 아, '나는 아무 잘못 없'지 하고 멈추고 나를 껴안고를 무한히 반복한다.
참 웃긴 게 병이 나아지는 건 어느 하루, 멋진 그 어느 순간 뾰로롱 하고 낫지 않는다.
오히려 매일매일의 노력, 매일 나를 껴안는 생각이 나를 나아지게 만든다.
이게 처음에는 싫었다. 그냥 자동완성문장처럼 나아지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우울과 불안의 큰 몸집이 작아진 뒤 알게 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