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늦은 답장

사랑해

by 비누방울

난 아주 오랫동안 어린 시절의 나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을 건네지 못했다.

건넬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내가 항상 기억하는 나의 모습은,

어린 중학생 소녀가 자기 자신이 잘못된 거라며 세뇌하고 스스로를 바꾸는 중이다.

침대 위에서 소녀는 생각한다.

내가 안 그랬으면 돼. 내가.. 내가... 잘못이야 라고

그래서 나만 바뀌면 세상이 바뀔 것이고 나는 아프지 않을 거야

나라는 문제가 바뀌면 모든 게 해결되고 그럼 나는 살아갈 수 있어

이게 그 당시 나의 생존 방법이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로 돌리는 심리 행위는 많이들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던 건 받아들일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고

내가 당면한 문제 상황들이 사실 나의 손을 벗어났지만 그래도 내 손안에 있어 해결 가능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가정환경이라는 문제를 원인을 나로 바꾸면 해결 가능한 문제가 되니까

나에게는 앞날이 바뀔 거라는 확실한 희망이 생겼다. 나의 무력함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바꿨다고 믿었다.




참 이상하게 난 나를 바꾸던 그 순간 그 첫 순간이 기억에 남아있다.

중학생이었다.

그리고 난 그 소녀에게 어떤 말이든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이미 그 소녀는 내게 많은 말들을 해줬기 때문이다.


언니가 행복하다면 됐어, 난 이제 그만 신경 써도 돼... 언니 인생을 살아


그 말에 난 어떤 답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

처음에는 미안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닌 것 같았다.

미안해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고마워인가 생각했다.

버텨줬으니 말이다.


그도 아니었다.


그렇게 사랑해라는 맞는 답을 찾았다.

그 시기를 버텨 줘서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단고 말이다.

아주 늦은 답장을 난 이제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