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별이 되기
아이에게 있어서 집은 세계 부모는 신
그래서 참았다.
-만화 그남자 그여자 15권 중
노을이 지는 어느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나와 언니는 아직 몸집이 작아 엄마의 무릎에 올라갈 수 있었다.
한 의자에 엄마와 우리 자매가 들러붙어 앉아 해가 지는 노을을 바라본다.
난 그날의 저녁을 참 좋아한다.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해야겠다고 깨달았을 때
나는 그 노을이 지던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을 놓아주어야 했다. 그 기억을 애써 지울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붙잡고 그 장면만 리플레이할 필요도 없었다.
어린 시절의 환상에 갇혀 나와 부모의 관계가 온전하다고 나를 세뇌시키는 건 그만둬야 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은 어린 나에게만 허락해줘야 했다.
그리고
떠나보내야 했던 건 나의 어린 시절뿐만이 아니었다.
부모의 한없는 사랑이 날 지켜줄 거라 믿었던 시절도, 결국 보내야 했다
화수분 같은 사랑이 세상의 어떠한 무서운 일로부터 날 지켜줄 거라는 믿음은 되려 나를 그들에게 의존하게 만들었고,
나를 온전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이 있지만 나는 내 삶을 찾아 떠나야 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건 오롯한 나여야 한다.
그 전의 나는 텅 빈 대나무 같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속은 빈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다.
그랬기에 정서적 독립은 더욱 필요했다.
하지만 너무 슬펐다. 여전히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너무 혼란스러웠다.
부모에 대한 감정이 내 안에서 도덕의 도마 위에 올랐다.
도마 위의 칼은 내치지도 그렇다고 칼을 내려놓지도 못했다. 나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며칠이 지나고 첫 알바에서 퇴근한밤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엘리베이터 공사 때문에 한 번 내려오면 다시 9층을 걸어 올라가야 한 상황임에도 딸의 퇴근길에 마중을 나오셨다.
그게 참 좋았다.
그리고….. 너무 슬펐다.
내가 이런 사람들을 두고 독립을 해야 하는구나.
이 사람들과 영원한 이별은 아니더라도 이 사람들과 떨어져 살아야
그게 나를 지키는 길이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제일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들로부터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시린 밤이었다.
강을 건넌 기분이었다.
다신 돌아오지 못할 강이었다.
너무 사랑하지만 더 이상 부모를 태양처럼 바라보며 행성으로 살 수 없었다.
나는 부모라는 태양계를 벗어나야 했다. 별로 독립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내 마음을 당신들에게서 떼어내야 했다.
다시금 내 감정, 나의 중심은 내가 되는 중이다.
내 감정의 중심이 되면서 감정의 그릇이 텅 비어진 느낌이다.
항상 어떠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의존을 정리하니 갑자기 혼자 아무도 없는 언덕에 올라와 있는 기분이다.
그게 어떨 땐 비워진 만큼 불안으로 가득 차기도 한다. 어떤 때는 자유로 가득 채워진다.
그렇게 대나무 속은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