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데

아닌데 (타인과 자신 -2-)

by 비누방울

해야 한다.

나는 나아야 한다.

우울증 극복해야 한다.

나는 나아지고 있다.

살을 빼야 한다.

예뻐져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

..

부모랑 잘 지내야 한다.

그들에 대한 감정을 들키면 안 된다.

등..


많은 압박을 가지고 있었다.

또 유행하는 릴스처럼 나만 모르고 있었다.




압박들은 나를 지켜주기도 했다.

전에도 어디 썼지만 우는 아이는

혼을 내도 울음을 멈추고

달래도 울음을 멈춘다.

나는 나를 계속 혼내왔다.

불안하면 불안한 만큼 혼냈다.


그 강박은 점점 몸집이 비대해졌다.

혼을 내는 것을 넘어 나를 욕하고 비난했다.

이것만 가져도 충분한데 나는 또 다른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강박은 더 있겠지만 말이다.)


타인의 시선을 엄청나게 의식하는 것이다.

단순히 ~보여야지 이런 식이 아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혼자가 독립서점에 손님이 나뿐이었다.

나는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책을 읽지 않고 마감시간 2시간을 남겨놓고 온

나를 주인이 싫어하겠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라고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긴장하고 있었다.

웃긴 건 이 날 오전에 운동을 하면서 러닝머신 위에서 내가 왜 다른 생각하고 있지

나는 지금 머신 위에서 뛰고 있어라며 현실을 자각했는데 말이다.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이다.

나를 압박도 해야 하고

타인의 시선 속에 갇혀야 하고

그러다가 내 삶의 중심에도 서야 하고


그렇게 나는 우울증이 나아야 하는데

성공해야 하는데

내 삶을 되찾아야 하는데 등

강박 속에서 헤매고 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냥 아픈 상황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점점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내가 그려내고 싶었던 거 같다.

우울증 극복 서사는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런 글을 계속 쓰고 있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

나의 알약 8개가 0개가 되려면 많은 시간일 걸릴 거 같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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