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간 갈대입니다만
앞으로 나아질까.
나는 나를 사랑하는 가. 너무 지긋지긋한 질문이다. 사랑하기에 여기까지 왔고 그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어쨌든 나를 살려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근데 희망으로 사는 거. 앞날을 보고 사는 거는 낯섦을 넘어 믿기지 않는 삶의 방식이다.
미래. 예전에 한 언니가 그랬지. 사람은 앞을 보며 살아가야 한다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야.
나는 지난 10년간 현재만 보고 살았다. 나에게 미래는 오지 않았고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을 버틸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그런 나에게 꿈처럼 다가온 미래라는 존재는 아주 낯선 이방인 같은 존재이다.
내일, 미래의 내가 있는 삶. 더 이상 지금의 생존을 위해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삶.
생존을 위해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삶.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삶.
않아도 되는 삶.
자유로운, 해방된 삶.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네가 뭔데 갑자기 자유를 주며 언제 나보고 이제 버틸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냐고
그럼 나의 지난 10년은 무의미해진다.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다면 눈치 보지 않고 생존에 급급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다면
나의 지나온 삶은 의미 없는 행동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부모가 그렇게 얘기했다. 자기들이 언제 눈치를 줬냐고.
거짓말이다. 매사에 그들은 나에게 눈치를 줬고 화를 냈다.
그랬기에 나온 집이다. 행복해서 나온 집이 아니다. 독립이 아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제는 나에게 내일이 있다. 이점은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내일을 꿈꾸고 준비하지 않아도 나에게 내일은 존재한다.
왜 갑자기 내일이 생겼을까.
아니 이제 내가 고개를 들고 앞을 보기 시작한 거겠지.
그럼 행복일까.
편하기는 과거가 더 편했다. 안주하는 삶. 항상 지금에 머무는 삶은 미래가 없기에 시간도 돈도 무한으로 늘어났다.
내일이 생긴 지금은 시간도 돈도 한정적이다.
특히 시간이 한정적이다.
모든 게 더 불안하다.
행복은 모르겠고 더 불안하다.
이제는 진짜 삶....? 그럼 과거의 삶은 가짜였나.
아니다.
무섭게도 난 항상 진짜로 살아왔으며 기든 걷든 어떻게든 미래를 보고 살아왔.. 구나.
아하..
나는 진짜로 항상 존재해 왔구나.
그렇다면 세상은 나에게 너무한 것이 아닌가.
왜 진짜 존재하는 사람을 없는 사람 취급해 미치게 만들었을까.
여하튼 그래 원래 세상은 없고 무자비하며 불공평하지
나에게 돈 많은 부모를 줬지만 자비 없는 부모를 줬지.
나의 부모를 받아들이고 나의 과거를 받아들여야겠지
사실 나의 받아들이고 말고 간에 나는 항상 진짜였고 살아왔다.
미래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지금에만 머물지 않았다.
웃기다. 옛날에는 당장의 현실이 진짜라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이렇게 좁은 방에 그것도 내가 증오하는 엄마가 얻어준 방에 박혀 경제생활도 하지 않은 채로
밤낮없이 자고 배달음식만 시켜 먹으며 사는 삶이 현실이라는 걸 진짜 나의 삶이라는 걸 믿기 싫었다.
뭔가 나의 삶은 좀 더 건설적이고 멋졌으면 했다.
근데 참 그때도 나의 미래는 멋질 거라고 믿었던 거 같다.
그때도 내일을 믿으며 살았던 것 같다.
어쨌든 지금 와서는 그렇게 믿기 싫었던 과거의 삶을 오히려 인정하고 싶다.
지금까지 나의 삶이 진짜라고 믿고 싶으니까 말이다.
겉으로는 그렇게 남루해 보였던 내 삶도 사실은 고통을 견디며 살고 있는 멋진 삶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렇게 버텨온 지난 과거가 진짜여야 지금의 나도 진짜 존재하는 사람이니까.
그때는 진짜 삶이라는 건 멋진 직장과 애인과 집과 차와 모든 것이 완벽한 삶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내가 걸어온 모든 시간이 진짜라고 믿는다.
처음 집을 나갔을 때
셰어하우스에 살 때
그 집을 나가 첫 자취를 시작하며 여전히 우울과 공황과 싸우던 그때
그리고 미친 듯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밤과 낮이 바뀌던 때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을 시작하고 너무 일이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한던 때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너무 힘들고 지쳐 매일 울던 때
너라도 경제활동을 하라던 언니의 전화를 들었을 때
매년 여름이 되면 벌레와 싸우던 지난 10년
결국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포기하고 자취도 접은 재작년.
우습게도 집에 돌아와 모든 나의 삶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우습지. 우스워. 근데 그게 나지.
나는 내가 31살에 멋질 줄 알았는데. 되려 살고 싶어서 그토록 거부하던 지난 과거를 진짜로 인정하려는
갈대 같은 맘을 가진 31살 일 줄은 몰랐다.
지난 10년은 365일 중에 360일을 울었다.
정말 많이도 울었다.
눈물이 멈춰진 건 아마 본가로 돌아와서인 거 같다.
예전에는 죽을 날짜도 정해놨었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