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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Apr 10. 2022

세 번째 봄, 어느 오후 3시

양쌤의 another story 11

뻔한 봄 풍경.    


아파트 공동현관을 빠져나와 제일 처음 만나는 목련, 안양천 돌다리를 넘어가면 펼쳐지는 조팝나무 꽃 무더기, 안양천을 따라 늘어선 벚꽃과 그 아래 흐드러진 개나리.

나가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우리 동네 봄 풍경.    

안양천의 4월, 우리 동네 봄 풍경

들떴던 마음을 꾹 눌러 주저앉혀야 했던 두 번의 봄. 출입금지 통제선이 둘러쳐져 있는 벚꽃길을 뒷 베란다 창문으로 바라봤다. 어느 날은 차 안에서 꽃비를 맞았다. 집 앞 벚꽃을 제쳐두고 다른 동네 벚꽃만 탐하던 나는 두 번의 봄 동안 그 뻔한 봄 풍경 속을 참 많이 걸어보고 싶었다.    


코로나 이후 세 번째 봄, TV에서 라디오에서 벚꽃이 만개했다고 난리였다. 4월의 어느 오후,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그 뻔한 봄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 집을 나섰다. 돌다리 위를 쉴 새 없이 사람들이 건너가고 통제선이 걷힌 좁은 인도엔 달달한 솜사탕 냄새가 넘실댔다. 유모차를 탄 아기들도, 장기 두는 할아버지들도, 튀튀 입은 강아지도, 벚꽃 아래의 모두가 설렘이 가득했다.


봄의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들이 봄꽃들만큼이나 반갑다. 봄바람이 흐트러트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여자 친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젊은 커플이나, 깊게 무릎을 굽히고 꽃나무 옆에 선 아내를 담는 반백의 커플도 사랑스럽다. 꽃 사진 찍느라 바쁜 아내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서너 발짝마다 멈춰 서는 나의 옆지기도 그렇다.

4월의 목련, 개나리, 벚꽃

햇빛을 마음껏 껴안은 아이보리 목련, 연두 잎을 살짝 내보낸 노란 개나리, 분홍을 머금은 하얀 벚꽃, 홀로 흔들리는 노란 민들레, 다닥다닥 모여 웃는 새하얀 조팝나무 꽃.

분홍 하양 노랑 초록, 어느 색깔 하나도 허투루 피지 않았다.    

4월의 민들레, 조팝나무꽃

질리지 않는 봄꽃과 봄꽃같은 사람들과 더할 나위 없는 하늘이 만나 완성된 4월의 .

뻔하지 않은 봄 풍경을 만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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