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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Apr 18. 2022

오늘은 말랑말랑 Bold체

양쌤의 another story 12

  “나 지금 명조체야!” 

즐겨봤던 드라마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지하단 말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진지함으로 따지자면야 궁서체를 따라갈 수 없겠지만 ‘명조체’라…

웃자고 하는 소리는 분명 아닌 거지.  


오늘의 나, 지금의 나는 어떤 글씨체의 마음일까?


어떤 날은 HY목각파임체. 마음에 구멍이 슝슝 난 날.


어떤 날은 휴먼아미체. 아주 작아져서 사라져버리고 싶은 날.


어떤 날은 양재블럭체.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 없는 날.


어떤 날은 HY견고딕체. 제대로 정색한 날.


어떤 날은 양재둘기체. 노트북 앞에서 종일 비몽사몽 앉아있었던 날.    


  ‘말랑말랑하다’라는 말이 좋다.

  '말랑말랑'을 생각하면 딸아이 두 볼의 촉감이 떠오르고 ‘포도 알맹이 젤리’가 먹고 싶다.

  말랑말랑한 마음, 말랑말랑한 말투, 말랑말랑한 표정. 그럼 싸울 일도 없겠네.


  햇볕을 듬뿍 받으며 바람에 즐겁게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발견한 날, 한컴 말랑말랑 Bold체. 

  오늘의 나는 강아지풀같은, 말랑말랑 Bold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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