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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Nov 25. 2022

머무르다

양쌤의 another story 25

이 도시에 머물러 산 시간 이십사 년.

지나온 길을 햇빛이 촘촘히 따라온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두 손이 깍지 끼고 걸었던 길

아이를 업고 유모차를 밀며 걸었던 길

때론 친구와 때론 혼자서 꽃비를 맞았던 길

눈물 나는 날도 씩씩하게 걸었던,   

  

기억 속의 모든 길이

아늑한 그늘 속에 앉은 내 머리 위로 빛이 되어 떨어진다.

길과 길 위에 함께 했던 사람들, 이야기들, 

생생한 소리와 냄새가

하나도 빠짐없이 내 몸 위에 새겨진다. 

따뜻하게 녹아든다.   

  

마음껏 사랑하고 축복하고 행복했던 

지상의 낙원이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 지상의 낙원(안양의 삶,공간,변천사 등이 함축된 지도와 형상을 지붕에 투각) / 작가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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