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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Jan 12. 2023

기대어 서다

양쌤의 another story 29

아주 캄캄한 밤이 아니면

집은 혼자가 아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누구든 들어오지만,

결코 밤을 보내지는 않는 집은

 

당당하거나 주저하거나

절박하거나 그저 유쾌하기만도 한 이야기가

끝도 없이 스며들어

깨지지 않는 창이 되고

무너지지 않는 이 되었다    

집이 가만히 기대어보라 한다

하늘만 보지 말고 땅도 보라 한다

아주 잠깐 기울어진 벽에 기대어

마음을 털어놓고 가라 한다


그림자를 지키는 늙은 나무도 거든다

숨죽이며 뱉었던 한숨과 넋두리 모두 사라지지 않는다고

낮은 풀들이, 저 무성한 가지가, 지붕을 덮은 조각조각 모두가

기억하고 있 한다 

                   

눈치 없는 소리들과 예의 없는 불빛들이 잠잠해지는 깊은 밤이 되면

소리없는 기도가 시작된다


부디 평안하길.


집은

잠들지 않는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7무제(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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