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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Feb 09. 2023

흩어지다

양쌤의 another story 34

도대체 나는 너와 어디서 헤어졌을까.     


헤매다 찾은 길은 가파르고

냄새는 쓸쓸하다     


한여름에 헤어졌던 우리 

겨울의 끄트머리 빈 가지 무성한 하늘 아래 

너를 만났다


돌 위의 시는 여태 그대로인데

나무도 풀도 늙어버렸다     


껍데기만 남은 슬픔인 줄 알았는데

나의 부끄러움은 영 삭질 않았다     


나 없이 올라갔을 길을

함께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은 더딘데

자꾸만 숨이 차올라 쉬어야 한다     


비로소 헤어질 준비가 되었다     


아니, 그렇지 않았다    


마음에 산란한 발자국을 수없이 남긴 후에야

너를 보낸다     


흩어진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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