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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Sep 27. 2022

오색찬란한

양쌤의 another story 22

다섯 빛깔을 가졌다 한들

그저 밋밋하고 깊이 없는 몸일 뿐

어깨를 맞대고 견뎌야 할 운명

의자 위로 살랑이는 연두색 줄기는 얼마나 부드러울까

가까이 있으나 닿을 수 없는 것투성이

지루함을 도무지 이길 수 없을 때쯤  

   

넘어질 듯 말 듯 서툴게 걸어가던 아이가 

뒤돌아 엄마를 보다가 또 그 앙증맞은 신발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았다.  

   

서로를 지겨워했던 우리가 

물빛임을, 하늘빛임을,

초록 이파리 같고, 수국 같고, 해바라기 같음을

     

잊고 있었던 오색찬란해야 할 이유 

    

우리는 햇빛과 비를 머금고

바람을 마주하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안아냄으로

무지개 우산이 되어주고 외롭지 않은 그늘이 되어주며 

완전해지는 존재라는 것을.  

    

오색찬란한 하늘 아래 길을 내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 오색 찬란한 하늘 아래 산책 길 / 다니엘 뷔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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