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찬란한
양쌤의 another story 22
다섯 빛깔을 가졌다 한들
그저 밋밋하고 깊이 없는 몸일 뿐
어깨를 맞대고 견뎌야 할 운명
의자 위로 살랑이는 연두색 줄기는 얼마나 부드러울까
가까이 있으나 닿을 수 없는 것투성이
지루함을 도무지 이길 수 없을 때쯤
넘어질 듯 말 듯 서툴게 걸어가던 아이가
뒤돌아 엄마를 보다가 또 그 앙증맞은 신발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았다.
서로를 지겨워했던 우리가
물빛임을, 하늘빛임을,
초록 이파리 같고, 수국 같고, 해바라기 같음을
잊고 있었던 오색찬란해야 할 이유
우리는 햇빛과 비를 머금고
바람을 마주하고 떨어지는 나뭇잎을 안아냄으로
무지개 우산이 되어주고 외롭지 않은 그늘이 되어주며
완전해지는 존재라는 것을.
오색찬란한 하늘 아래 길을 내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 오색 찬란한 하늘 아래 산책 길 / 다니엘 뷔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