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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Feb 22. 2023

별이 빛나는 밤에

양쌤의 another story 39


 "나는 별을 보면서 항상 꿈을 꾼다… 별까지 가려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밤하늘 소용돌이치며 빛나는 별, 결코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해 뻗어가는 고흐의 영혼 같은 사이프러스. 고흐는 결국 죽음으로써 별이 되었다.

     

 양평으로 이사 간 친구를 만나러 가기 전날, TV 채널을 돌리다가 고흐의 미디어 아트전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저기가 어딜까 생각하는데 ‘양평군립미술관 11주년 기념 전시’라고 소개하는 걸 보고 이건 꼭 보라는 거구나 싶었다.      

 

 KTX를 타고 양평역에서 내렸다.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여서 걷기로 했다. 신호등이 있을 만한데 횡단보도만 그려져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한 길의 여백을 소셜클럽의 네 친구가 즐겁게 채웠다. 백조 두 마리가 얼음이 다 녹지 않은 강에서 사이좋게 헤엄치는 걷기 딱 좋은 포근한 겨울날이었다. 친구들과 남한강을 바라보며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길 건너 군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노란 해바라기가 레드카펫처럼 펼쳐졌다. 고흐가 고갱을 기다리며 그린 아를의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감탄조차 속으로 삼키며 노란 해바라기 위로 걸어 들어갔다.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와 고흐의 그림이 음악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밀려오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커다란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은 서로를 부르고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고흐의 인생을 이야기했다. 정직한 노동에 대한 관심, 인정받지 못한 사랑, 거절당한 마음, 동생에 대한 미안함, 감당하기 어려웠던 외로움, 사그라지지 않는 광기. 모든 것이 거칠 것 없는 붓을 따라 해 아래서, 혹은 별 아래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나 위태로웠던 마지막 1년 반 동안 그린 그림들을 보며 살아서 사랑받지 못한 화가로서의 삶이나 평범하지 못했던 아들, 형, 남자로서의 삶이 안타까웠다.

  ‘꽃피는 아몬드 나무’가 그려진 시계를 걸고, ‘밤의 카페 테라스’와 ‘별이 빛나는 밤에’ 가 그려진 책갈피를 꽂아두고, 고흐의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젖었지만, 그만큼이 다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미디어아트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정도에서 조금 더 고흐의 시간을 찬찬히 헤아려 본 특별한 전시였다.     


 그날도 늦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꼼지락거리며 남편 잠을 깨우기도 그래서 비어있는 아들 방에 불을 끄고 누웠다. 눈앞에 별이 한가득했다.

 ‘와, 이게 언제 적 벽지야?’

 아들 방 천장을 별무늬 형광 벽지로 바꿔주며 내가 더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이렇게 별이 많았구나.’      

별이 빛나는 밤에 / 고흐
“우리에게 뭔가 시도할 용기가 없다면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니?”

 

무언가 시도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비록 별을 꿈꾸지는 않지만 살아가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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