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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wa Jan 04. 2022

누구나 혼자 서야 할 때가 온다

양쌤의 픽 6  <사자 혼자> - 나쓰메 요시카즈/한림출판사

“엄마 아빠의 도움 없이 혼자 사냥을 나선 젊은 사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젊은 사자가 가족을 떠나 혼자 살게 되었다. 사자는 배가 몹시 고팠다. 초원에 원숭이, 타조, 기린, 코끼리 같은 동물들이 많이 있지만 사냥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자라고 하지만 아직 아빠만큼 힘이 세지도 않고 멋진 갈기도 없다. 

  “그래도 나는 사자야.” 젊은 사자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다 혼자 있는 새끼 얼룩말을 발견하고 풀숲에 숨어 지켜본다. 그런데 새끼 얼룩말 주위로 점점 얼룩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사자는 새끼 얼룩말을 도무지 찾을 수 없어 당황하다가 얼룩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만다. 더는 망설일 수 없어서 사자는 죽을힘을 다해 얼룩말들을 쫓아간다. 마침 새끼 얼룩말이 넘어져서 발톱을 세우고 덤벼드는데, 엄마 얼룩말 발에 차이고 아빠 얼룩말에게 코를 물리며 혼쭐이 난다. 겨우 얼룩말 무리에서 빠져나온 사자는 고픈 배를 안고 터덜터덜 초원을 걸어간다.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정신줄 놓고 도망가는 사자라니! 흐흐흐. 어리바리한 사자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기가 죽어 걸어가는 사자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사자는 곁을 지켜줄 가족과 이웃들이 있는 새끼 얼룩말이 부럽지 않았을까?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있는 동물들을 뒤로하고 떠나가는 사자는 너무나 고독해 보였다. 

  사자도 홀로서기는 쉽지 않구나! 아무리 덩치가 크고 힘이 세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졌다 해도,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사자라 해도 혼자서 처음 부딪치는 일은 두렵고 불안하고 서투를 수밖에 없구나. 젊은 사자가 안쓰러운 마음과 별개로 묘한 안도감이 생긴다.  

  

  사춘기를 넘어서며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이 주도할 삶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인 것 같다.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고 답답하고 무능해 보일 때면 절대로 자신들은 저렇지 않을 거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홀로 세상에 나서 보면, 별것 아닌 것 같던 어른들의 일이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 온다.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가 다반사다. 사소하게 챙겨야 할 것들은 수두룩하고 익숙한 듯 낯선 일에 실수를 연발하다 보면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의기소침하게 될 때도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선택의 순간이다. 젊은 사자도 그런 순간을 맞이한다. 처음 사냥을 나서서는 원숭이는 너무 높은 나무에 앉아서 못 잡겠고 타조는 너무 빨라 못 잡겠고 코끼리와 기린은 너무 커서 못 잡겠다고 생각한다. 겨우 새끼 얼룩말을 잡기로 해놓고는 망설이다 때를 놓친다. 그 결과는 배고픔이다. 옳은 선택과 선택의 타이밍,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은 때때로 몸과 마음을 너덜너덜하게 만든다. 젊은 사자는 모든 일의 시작과 과정과 결과를 스스로 책임져야 함을,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직접 겪으며 배워간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젊은 사자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나는 사자야” 아직 세상에 나갈 준비가 덜 되었나 싶은 불안함을 누르며 그래도 ‘사자’임을 믿고 혼자 힘으로 해내려 한다.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났고 어쩌면 앞으로 실패가 반복될지도 모르지만 사자는 그 실패를 딛고 언젠가는 당당하게 아빠보다 훌륭한 사자로 성장할 것이다.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에 배를 많이 곯은 듯 홀쭉해진 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이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는 것이 사냥에 성공한 것 같다. 

“젊은 사자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강해질 거야. 머지않아 아빠 사자처럼 무리를 지어 가족을 만들 거야.”

  언젠가는 온전히 혼자 서게 될 아이들에게 젊은 사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몇 번 실패한다고 주눅 들지 마. 넌 더 멋진 삶을 살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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