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를 살린다

이혼의 상처가 아물어 가는 중입니다

by 명랑한쭈

아침 10시

선생님~ 엉덩이로 문을 열며

레슨을 하러 온 회원님

아이 둘 워킹맘으로

토요일 아침 10시 레슨 고정으로

우린 매주 만나고 있다

항상 시간을 잘 쪼개어 쓰는 회원님으로

난 볼 때마다

적당히 살아라

일이 너무 많다

완벽하게 살지 마라 충분하다

말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가락시장에서 장을 보고

자전거를 타고 추위를 뚫고 왔다

"선생님 섬초가 너무 좋아서

선생님 것도 샀어요" 하며

요즘 보기 힘든 파란 봉다리를 내민다

아이고.. 어찌나 그 마음이 예쁜지

양손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거기에 내 거까지 보태서 들려 있다니

그 마음을 알기에 코끝까지 찡해진다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내가 먹는 거 쓰는 거 같이

나눠 쓰면 좋겠다 하는데

내 회원들이 그렇다


"저는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애 둘에 워킹맘으로

운동 가르치는 사람을 못 봤거든요

그리고 몸이 진짜 현실적이고 예뻐요"

34살에 운동을 꾸준히

고수들에게 여기저기서

배워 온 회원님이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전 남편이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라테스 가르칠 몸은 아니지 않냐라고

오픈 당시 말했다는 걸

넌지시 들었었다

사람이 그렇지 않은가

44살에 용기 내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깎아내리는 말을 들으니

내가 진짜 큰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싶고

무섭고 두려운 거


그러나 지금은 내가 이거 시작 안 했으면

어쩔뻔했을까 싶다

나는 이혼 전과 이혼 후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

이혼 전 애 둘 키우며

사업하는 남편 눈치 보며

자존감 무너진 푹 퍼진 아줌마로 살았다면

이혼 후 나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끌고 가는

두 아이를 씩씩하게 키우는 워킹맘으로

나날이 성장하며 살고 있다


문득문득 결혼 생활 때

무시받았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지만

전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이혼해 줘서 고맙다고

내가 출발선은 미비하나

나는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그리고 내 회원들에게도 정말 고맙다

나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지지해 줘서 버틸 수 있다고

사람들이 나를 매일 살린다


오늘 정겨운 파란 봉다리에

들어 있는 섬초를

조물조물 무쳐서

맛있게 아이들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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