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법에는 ‘방해’라는 말이 들어간 범죄들도 있다. 앞서 본 ‘준’과는 달리 ‘방해’는 주로 어떤 단어의 뒤에 붙어서 범죄를 구성한다.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경매‧입찰방해 이런 식이다.
먼저, 공무집행방해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폭행‧협박으로” 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형법 제136조 제1항)과 “위계로써” 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법 제137조)이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일상다반사로 발생하는 범죄가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이다. 또, 이 범죄 중 상당수는 술에 취한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 흔히 볼 수 있는 범죄유형이 주취 상태에 있는 사람이 길에 널브러져 있거나 다른 사람과 다투고 있을 때 신고를 받고 온 경찰관에게 도리어 폭행이나 협박을 하여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감으로 느끼기에는 이 공무집행방해죄의 발생 빈도가 크게 줄어든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저녁 모임 등 각종 제약이 늘어 나면서, 음주의 기회도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술기운에 또는 흥분상태에서 경찰공무원에게 다소 거칠게 대응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의 업무를 폭행이나 협박으로 방해하는 것은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 법원에서도 폭행, 협박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죄를 저지른 경우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는 추세이다. 본 죄는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개인의 보호를 넘어서 국가기능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도 법정형은 앞서 본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같다. 범행을 저지르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위계’란 “다른 사람의 부지 또는 착오를 이용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 운전면허시험에 대리 응시한 경우, 국가 주관의 공식적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경우 등이 이 죄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결렸다고 거짓말을 하고 풀려난 사람 역시 이 죄의 적용을 받아 처벌받기도 했다.
다음은 업무방해죄이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한다.(법 제314조)
‘허위사실 유포’는 주로 경쟁관계에 있는 당사자들 중 일방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른 한쪽의 가치나 경쟁력 등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 경우에 많이 문제가 된다. 허위사실은 주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것을 의미하고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제외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위계’는 위 공무집행방해죄에서 본 내용과 같으며, 채용비리나 대리시험 등 부정한 방법에 의한 시험 응시 등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한때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모 여고의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에서도 관련자들에게 이 죄가 적용이 되었다.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음식점에서 행패를 부리면서 손님을 밖으로 내쫓는 방법으로 영업손실을 초래하는 행위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다음은 경매‧입찰방해죄이다. 이 범죄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실무상 비중도 낮은 편이다.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한 자를 처벌한다.(법 제315조) 위계나 위력의 뜻은 앞서 본 공무집행방해죄나 업무방해죄에서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본 죄에서 보호하려고 하는 경매나 입찰은 국가, 공공단체가 주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 사인이 행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본다.
이 죄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예는 경매나 입찰에 참가하는 사람들끼리 ‘담합’을 해서 특정한 사람이 경락 또는 낙찰받게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경매과정에서 법원에 허위의 공사대금채권으로 유치권 신고를 한 것으로 경매방해 혐의가 있는 피의자를 수사한 경험이 있다. 또, 한국전력공사의 배전공사 협력회사 낙찰 과정에서 허위의 전기공사 실적이 포함된 ‘전기공사실적 확인원’을 제출하여 낙찰을 받은 것으로 입찰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수사해 보기도 했다.
경매‧입찰방해죄 사건들을 수사하면서 이 죄의 법정형 상한이 징역 2년으로 생각보다 낮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매‧입찰방해나 앞서 본 공무집행방해 및 업무방해와 행위의 불법성이나 보호법익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쨌든 입법자의 결단은 동 범죄가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보다는 행위의 불법성이 낮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형법에서 ‘방해’가 들어가 있는 세 개의 범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 세 개의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고 수사 실무나 변호사 실무에서 자주 접하기 때문에 소개를 해 본 것이다. 우리 형법에는 이외에도 선거방해(제128조), 장례식등의 방해(제158조), 변사체검시방해(제163조), 진화방해(제169조), 방수방해(제180조), 수리방해(제184조) 등을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범죄들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것 같다. 14여 년의 검찰수사관, 변호사 경력을 통틀어서 한 번도 다뤄보지 못한 범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