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고의범만을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부주의나 실수로 저지르는 범죄 즉 과실범은 법에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이외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형법에서도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 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한다.”(제14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실수로 누군가를 때렸다든가 또 부주의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손상시켰다면 이론상으로는 과실폭행이나 과실손괴가 되겠지만, 형법상으로는 ‘과실폭행죄’나 ‘과실손괴죄’ 같은 범죄는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도로교통법에서는 운전자가 과실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 처벌하고 있는 등 특별법에는 과실 재물손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과실폭행이나 과실손괴와 같은 행위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으로 인해 형사처벌은 받지 않더라도, 고의든 과실이든 다른 사람의 신체의 완전성이나 재산의 효용을 침해한 사실은 명백하므로 손해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추궁당할 수는 있다.
대부분의 과실범은 그 불법성이 고의범에 비해 현저히 낮으므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실범의 형량 역시 범죄자의 행위로 인한 결과의 중함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고의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죄의 경우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과실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에 큰 차이가 있다. 마찬가지로, 고의로 불을 낸 방화죄의 경우에는 불을 놓은 대상에 따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2년 이상의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등 비교적 중하게 처벌받게 되지만, 과실로 불을 낸 경우에는 그 대상과 관계없이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만 다스릴 수 있다.
그러나, 실수로 저지른 범죄라고 하여 무조건 면죄부가 주어지거나 관대한 처분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건에서 결과가 중하거나 행위의 비난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중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의 한 내용인 ‘법률주의’로 인해 아무리 결과가 중하고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하여 법정형을 넘는 형을 선고할 수는 없지만, 해당 범죄의 최고 법정형 등 중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1994년에 발생한 비극적 사건인 성수대교 붕괴 시에 부실 공사, 부실 감리 및 감독 소홀을 한 자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 등을 적용해 중하게 처벌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검사실에 배당되는 사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범죄 중 하나가 과실범죄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상죄이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범죄 대부분은 경찰 수사로 마무리되고, 사건의 검찰 송치 후 검찰에서 추가 수사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 검사가 기록검토와 수사지휘를 통해 검찰에서 보완수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수사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사건을 송치받기 때문이다.
차량의 운전자가 차량 운행 중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서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때에도 피해자가 가해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하거나 가해자가 종합책임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다면(단, 이때도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생명의 위험이 발생하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는 제외된다.)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다만, 흔히 12대 중과실 사항으로 알려진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금지된 앞지르기 등의 행위로 발생한 인명 교통사고는 피해자의 처벌의사, 가해자의 종합책임보헙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하다. 이때에는 행위자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이 피해자의 의사 등 여타 법익보다 우월하다고 판단한 입법자의 의지가 반영된 법조항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또, 우리 형법에는 과실에 관한 죄를 처벌하는 흥미로운 규정이 있다. 바로 장물취득죄인데, 장물취득죄도 기본적으로 해당 물건이 장물인지 알고 취득하는 고의범을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우선, 장물은 강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로 인해 얻은 물건을 의미한다. B가 훔쳐 온 오토바이를 A가 그 물건이 B의 범죄행위로 인한 것임을 알고서도 사는 경우 A는 장물취득죄로 처벌받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만약 A가 그 오토바이가 B가 훔쳐 온 물건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는데,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알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자. 실무로 들어가면, 이때 알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결국 그 오토바이가 훔친 물건이라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인식하면서(미필적 인식, 미필적 고의) 취득하였다고 하여 장물취득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무상의 적용에 대한 고려 없이 순수하게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위 사안에서와 같이 조금 주의를 기울였다면 장물임을 알 수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A를 처벌할 수 없다. 일반인에게 어쩌다 일어나는 거래에서 그 거래대상이 장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심사해야 할 주의의무까지는 없다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형법에는 ‘과실장물취득죄’라는 범죄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B로부터 오토바이를 산 A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핀잔을 들을 수 있겠지만, 형사처벌까지는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A가 전문적으로 중고 오토바이를 취급하는 중고매매 상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 형법에서는 업무상 과실 장물취득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장물취득 등 죄를 범한 자는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형법 제364조) 중고품상, 골동품상, 전당포 주인 등과 같이 영업상 장물을 취급하기 쉬운 업무자에게는 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일반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보다 높은 주의의무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업무상과실 장물취득죄를 법에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사람의 주의의무와 전문가, 속된 말로 ‘꾼’의 주의의무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