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變死) 또는 변사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변사의 사전적인 의미는 “예기치 않은 사고나 재난으로 죽음”으로 되어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변사체(變死體)는 “자연사나 병사(病死)가 아니라 사고, 재난, 자살 따위로 돌연히 죽은 사람의 시체”라는 것이 사전적인 정의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혹시 범죄로 인해 죽음을 당하게 된 것이 아닌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변사체 검시라고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변사자 검시에 대해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 있는 사체가 있는 때에는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22조) 해당 죽음이 범죄와의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익의 대표자이면서 관내 수사를 지휘할 권한이 있는 검사에게 직접 검시할 권한과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이해된다. 관내에서 변사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이 초동수사를 하여 검사에게 변사보고를 올리는데, 가끔씩 사안을 명백히 하기 위해 검사가 검찰수사관과 함께 직접 검시를 나가기도 한다.
솔직히 시체 보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검사실 근무 검찰수사관으로서 피해 갈 수 없는 업무이기 때문에 직접 검시 사건이 생기면 검시에 필요한 채비를 하고 출장을 나간다. 보통은 검찰수사관이 해당 변사 사건을 초동수사한 경찰관에게 연락하여 약속을 잡은 뒤, 검사와 수사관이 관용차량으로 변사체가 있는 병원 장례식장으로 출장 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병원에 도착하면, 먼저 변사 사건을 수사하여 변사 기록과 검시보고서를 검찰에 올린 경찰관을 만나 변사 사건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다시 경찰관의 안내로 병원 관계자를 만나서 영안실로 이동을 하여 변사체를 확인하게 된다. 대부분은 앞서 경찰이 올린 변사 기록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육안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정도에 그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체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좀 더 세밀히 관찰하기도 하고,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경찰이나 병원 관계자에게 추가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후 영안실을 나오면, 필수적인 절차는 아니지만 유족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족들은 그야말로 가족의 황망(慌忙)한 죽음에 비통해하고 말을 잇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족을 위로하면서 변사(자)나 부검 등에 대한 유족의 입장을 청취한다. 이런 변사체 검안 절차와 유족 면담이 끝나면 검사가 경찰관에게 구두로 변사체 처리에 대한 사항을 지시한다. 이때, 함께 한 검찰수사관에게 의견을 묻기도 한다. 검사가 경찰관에게 지시하는 내용은 ‘어떤 부분이 미심쩍으니 추가 수사를 하라.’는 것일 수도 있고, ‘자연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 같으니 부검을 통해 사망의 원인을 좀 더 세밀하게 밝혀 보자.’는 부검 지휘일 수도 있다. 또, 별다른 의혹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최초 검시보고서 올린대로 처리하고 사체는 유족에게 인도하여 장례절차를 치를 수 있도록 하라.’고 지휘를 내린다.
검사실로 복귀하면, 영안실에서 목격한 바와 경찰관, 병원 관계자, 유족 등으로부터 들은 내용 그리고 사체 처리 등에 대한 검사의 지시사항을 토대로 검시조서를 작성한다. 검시조서의 상부 결재 및 사건과 송부 절차까지 끝나면 변사체 검시와 관련된 검찰수사관의 업무는 종료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검찰수사관의 업무상 하나로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종이 기록만 보던 사람이 갑자기 사무실 밖으로 나와서 시신, 그것도 범죄로 인한 죽음일 가능성이 있는 시신을 접한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일 수만은 없다. 검사실에서 변사체 검시 참여 업무를 처음 했던 날이 생각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사체의 부패나 훼손 상태가 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변사체 검시를 위해 병원 영안실에 다녀온 순간부터 속이 계속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간신히 출근을 하기는 했는데, 그 전날의 증상에 더해 오한까지 왔다. 검사님에게 몸 상태를 이야기하고 아무래도 어제 있었던 변사체 검시 때문인 것 같다고 했더니, 검사님은 옅게 웃으면서 “그래요? 그 정도 시체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여름에 익사한 시체 이런 거 보면 어쩌려고? 몸 너무 안 좋으면 그냥 오후 쉬세요.”라고 했다. 결국 그 날 하루는 오후 반가를 내고 집에서 쉰 다음에야 그다음 날 비교적 괜찮은 컨디션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검사실에서 근무하면서 은근히 자주 변사체 검시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변사체를 경험했던 것 같다. 처음 변사체 검시를 같이 나갔던 검사님이 말한 여름에 익사한 시체는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시신 일부가 불에 탄 시체, 낙상하여 훼손이 심한 시체, 사망한 지 한참 뒤 발견되어 부패가 심하게 진행되고 구더기가 들끓는 시체 등등 보고 나면 심란해지는 사체를 많이 보았다. 변사체 검시에 참여하는 일이 주기적으로나 자주 있는 업무는 아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검찰청에서 근무하던 초창기에는 오전에 검사실 실무관으로부터 “계장님, 오늘 변사체 직접 검시 있네요. 검사님 하고 오늘 오후에 나가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부터 괜스레 오후 일정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점심 먹기가 싫어지기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변사 및 변사자 검시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 하기 시작했다. 짧든 길든 한 평생을 살다 간 변사자가 말 그대로 황망(慌忙)하게 이 세상을 떠나면서 맺는 마지막 인연 중 하나가 바로 ‘나’라는 생각에 이르자, 피하고 꺼려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맞닥뜨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 뒤부터는 병원 영안실에서 변사체를 마주하는 순간, 잠시 고개를 숙이고 망자(亡者)의 명복을 빌어준 뒤 일을 시작하는 나만의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