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에 하나가 진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형법은 제307조 제1항에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사실을 말하는 게 왜 죄가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 거짓 사실을 말해 비방한 것도 아니고, 이유가 있어 그 사람에 대한 진실된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그게 어떻게 범죄인가?’ 하고 의문을 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문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또, 형법이라는 법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이나 수사관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행위를 하는 사람을 추궁하고 처벌해야 하는 입장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피의자의 입장이 이해가 가고 적용하는 법의 정당성에 조금 의문이 든다고 하더라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사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말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와 그런 말을 듣는 자의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를 헌법적으로는 ‘기본권 충돌’이라고 한다. 그런데 헌법이 개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하여 그것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평가를 하면서 거짓말을 할 자유까지 허용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핵(본질적 내용)을 벗어나는 행동이다. 그래서 우리 형법에서도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중하게 처벌함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사실을 말하는 것도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명예훼손이라고 하면서 범죄가 될 수 있다고 하니,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 아닌지가 논의되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을 명예훼손이라고 하여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의 명예보호에만 치중하여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압하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법조인, 입법자들도 이러한 주장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하는 논거 중 하나는 피해자나 제삼자가 피해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 받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폭력을 당한 사람이 가해자를 포함한 피해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이 조항의 존재로 인해 억압될 수 있고, 이는 진실의 왜곡 또는 은폐에 다름 아니라는 주장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조항으로 인해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권력층이나 자본가 등에 의해 통제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규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여전히 피해자의 인격권 보호를 주요 논거로 해서 이 규정의 존치를 옹호하는 측도 만만치 않다. 결국, 말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와 그 대상이 되는 자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중 어떤 가치를 더 우위에 둘 것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에서의 숙고와 논의를 거친 뒤에, 헌법재판소와 입법자의 결단에 의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틀림없는 사실은, 이 조항이 유지되는 한은 아무리 진실을 말하더라도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수 있는 위험은 무조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