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수사(修司)로 많이 쓰일 것 같은 문구가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문구를 이 장의 제목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 진실을 어떻게든 말하고 싶은 사람이 기댈 수 있는 개념이 우리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공공의 이익’이다. 형법은 제310조 위법성의 조각(위법성이 없어진다는 뜻이다)이라는 제목 하에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사실을 말해 그 사람에 대한 외적 명예가 떨어질 수 있지만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개인의 명예보호에 치우친 나머지, 진실이 은폐되고 건전한 비판까지 봉쇄되어 사회발전이 저지되는 것을 막고자 사익과 공익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은 국가나 사회 기타 다수인 일반의 이익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또 조문에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 ‘오로지’는 문언 그대로 ‘다른 것은 있을 수 없고 오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로 해석된다. 추상적인 개념들을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예를 드는 것이 이해를 위해 더 좋을 것 같다. 몇 년 전에 이 조항의 적용을 주장하여 받아들여진 유명한 사례가 있다.
산후조리원 이용후기를 임신 및 육아로 유명한 인터넷 카페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행위 때문에 문제가 된 사안이었다. 이용후기에는 친절하고 좋은 점도 많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였고 출산 예정인 임산부들의 신중한 산후조리원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글을 작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판결문에 나와 있는 사실관계를 보도록 하겠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주요 내용은 온수 보일러 고장, 산후조리실 사이의 소음, 음식의 간 등 피고인이 13박 14일간 이 사건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면서 직접 겪은 불편했던 사실을 알리는 것이거나, 환불을 요구하며 이용 후기에 올리겠다는 피고인의 항의에 피해자 측이 “막장으로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며 이용 후기로 산후조리원에 피해가 생길 경우 피고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취지로 대응했다거나, 피고인의 이용 후기가 거듭 삭제되는 것을 항의하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에 게시된 피고인의 글에 대하여 카페 회원들이 댓글을 다는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공감을 표시하거나, 피고인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피고인과 함께 산후조리원에서 지낸 카페 회원들이, 신생아실에서 언성을 높인 피고인의 태도를 나무라기도 하는 등 활발한 찬반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은 “산후조리원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의 글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한 정도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및 의견 교환에 따른 이익에 비해 더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임산부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처럼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산후조리원 이용대금 환불과 같은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에게 유죄라고 한 원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하면 “피고인이 산후조리원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담긴 이용후기를 쓴 행위가 산후조리원의 사회적 평가를 다소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피고인의 행위가 임산부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부수적으로 사익적인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10조를 적용하여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특정인에 대한 사실을 이야기해서 명예훼손을 하더라도, 그 명예훼손적인 발언이 (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서 처벌을 면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사고소를 당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에 불려 가서 자기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또는 왜 그런 글을 썼는지 한참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불편과 번거로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자신의 행동이 (주로 또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열심히 찾아서 제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불편함 등을 모두 다 감내할 자신이 있는 자라면, 입을 열거나 펜을 들어 또는 키보드를 두드려 누군가에 대한 ‘사실’을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제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