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에 대해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을 명예훼손으로 의율 해서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했는데, 이는 헌법학, 형사정책학 영역에서 자주 언급되는 논의이기는 하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런 고민을 할 여유는 없다. 법집행을 하는 사람들은 특정 법령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보다는 특정 사실관계에 해당 법조문을 적용할 수 있는지만을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예훼손 성립 관련해서 실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공연성(公然性)’ 요건이다.
명예훼손은 사람의 외부적 명예 즉 어떤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을 말하는 것이 ‘공연히’ 행해질 것이 요구된다. ‘공연히’라는 것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불특정’의 경우에는 사람 수가 많은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다수’인 경우에는 비록 행위자의 언사를 듣게 되는 사람들이 가족관계, 친구사이, 연인관계 이런 식으로 행위자와 특정되어 있더라도 공연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판례는 특정된 1인이나 특정된 소수인에게 사실을 적시(이야기) 한 경우에도 그 사람에 의해서 외부의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전파가능성 이론’이라고 한다. 좀 더 쉬운 말로 표현하면 ‘내가 특정인에 대해 욕하고 있는 것을 듣는 사람이 그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조잘조잘 말하고 다닐 가능성이 있으면 나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고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 하에, 판례는 “피해자인 며느리의 시어머니 및 동네 사람 1명이 있는 자리에서 며느리에 대한 험담”을 하거나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일대일로 대화한 경우” 등의 사례에서 전파가능성 및 공연성이 있다고 보아 명예훼손죄 성립을 인정한 바 있다. 반면, “이혼소송 계속 중인 처가 남편의 친구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남편의 명예를 훼손하는 문구가 기재된 서신을 동봉한 경우” 또는 “중학교 교사에 대해 ‘전과범으로서 교사직을 팔아가며 이웃을 해치고 고발을 일삼는 악덕 교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그가 근무하는 학교법인 이사장 앞으로 제출한 행위” 등에 대해서는 전파가능성 및 공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판례의 ‘전파가능성 이론’은 어떤 말을 듣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범죄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부당한 면이 있다는 점과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어쨌든, 명예훼손은 특정인에 대한 외부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행동이기 때문에 공연성의 요건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앞서 본 판례에서 일대일 대화방의 경우에서조차도 공연성을 인정하였듯이, 최근 자주 발생하는 사이버상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공연성 요건이 비교적 쉽게 인정되는 추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단톡 방, 웹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의 경우에는 그 특성상 정보의 전파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공연성이 쉽게 인정이 된다. 아무래도, 공연성이나 판례 논리인 전파가능성 이론은 주로 말로 전달되는 고전적인 형태의 명예훼손에서 특히 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