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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스매니아 May 25. 2021

사이버 모욕죄,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없다고요?

 명예훼손, 모욕 관련하여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많이 헷갈려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사이버 모욕죄’라는 별도의 죄명이 있다고 알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이버 모욕죄라는 죄명은 없다. 거기에 더해 사이버 명예훼손죄라는 죄명 역시 없다. 단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등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조항이 있고, 이를 편의상 사이버 명예훼손죄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정보통신법이나 다른 법률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모욕을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면 그것이 ‘사이버 모욕죄’라고 불렸을 것이다. 그와 같은 형태의 사이버 모욕죄를 규정하려는 입법 시도가 없진 않았지만 여러 논란 끝에 무위에 그쳤다. 그래서 현재는 인터넷 같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모욕을 하면 형법상의 모욕죄(제311조)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하도 사이버 상에서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이라는 특성에 기대 다른 사람을 비방하고 조롱하고 경멸하는 표현을 쓰는 행위가 많고, 이런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욕을 통상 ‘사이버 모욕’이라고 부르니 사이버 모욕죄라는 정식 죄명이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사이버 모욕죄 모두 우리 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편의상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모욕으로 부르는 것이지만, 이 장에서는 그와 같은 범례에 따라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모욕으로 칭하도록 하겠다.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도 엄연히 특정인의 외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연성’을 성립요건으로 한다. 다만, 사이버 공간의 특수성 때문에 그 요건이 인정되기가 일반적인 명예훼손죄나 모욕보다는 용이한 편이라는 점은 앞서 본 「다수에게 까발려져야?」에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사이버 공간이 갖고 있는 높은 전파성으로 인해 일반 명예훼손보다는 사이버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더 크다는 것이 입법자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보통신망법은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모두 형법상의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모욕 모두 특정 피해자에 대한 외적인 평가가 침해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서 해당 표현을 본 사람이 그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즉, 피해자가 특정 가능해야 한다. 피해자의 성명을 명시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없이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는 실명을 쓰기보다는 닉네임이나 아이디 등으로 특정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닉네임 등을 지목하여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한 것이 피해자 특정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가 종종 문제가 된다. 이때, 법원에서는 어떤 사안에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아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또 다른 사안에서는 피해자 특정을 부정하고,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법원의 태도가 일관성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안별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세세하게 달라 피해자 특정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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