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을 걷는 재미, 뮌헨

by 베를린 부부-chicken

by 베를린부부

원래 나는 외근이나 출장이 잦은 편이 아니다. 내가 현재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업무 상 외부로 나간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공모전이 시작될 때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대지를 둘러볼 때나 익명의 공모전이 아닌 경우 최종 결과물을 제출한 뒤 발표를 할 경우이다. 날씨가 아주 좋은 여름 시즌에, 여유로운 일정으로, 그것도 베를린이 아닌 경우, 짐도 없이 가볍게 갈 수 있는 출장이라면 즐겁게 ‘놀러 가는 마음’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가 일부러 제지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런 경우는 도대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아주 가끔 다니던 출장 중 어쩌다 우연히 일 년에 한 번씩 가게 된 곳이 뮌헨(München)이다. 현재 근무하는 사무실의 지사가 있기도 하고, 은근히 끊이지 않는 일 때문에 계속 왔다 갔다 하게 됐다. 돈의 단위가 다른 듯한 규모 있는 바이에른 주의 건축 공모전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근무하는 동안 열심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듯 열심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으나 아쉽게도 “아직” 방망이에 공이 제대로 맞은 적은 없다.


예전 스페인에 살 때처럼 전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시간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지 독일에서 내가 가본 장소들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누군가가 여행을 와서 같이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어떤 계기로든 독일의 다른 도시에 가면 꽤나 재미있다. 같은 듯 다른 것 같은 도시의 분위기와 말투, 음식 등 베를린과 다른 차이점들은 모든 것을 더 열심히 모든 것을 관찰하고 들여다보게 한다.


작년 겨울, 한국을 방문 중이었을 때다. 우리 부부와 가깝게 지내는 아내의 친구들이 유럽에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업무상 유럽 출장이 있는 편이었다. 베를린에선 한 번 봤으니 다른 도시를 물색하다 그들의 출장지와 가까운 대도시 뮌헨이 두 번째 상봉 장소로 선정되었다. 모든 건 순조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정이 두어 주 미루어졌다면 모든 여행은 코로나로 무산되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유모차를 어쨌거나 가져가야 하니 기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몇 달 전 미리 예약을 하니 아주 저렴한 가격에 표를 해결했다. 숙소 역시 두 팀이 한 숙소를 구하니 훨씬 여유로워졌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11시 즈음 출발해 오후 3시에 도착해야 했다. 그러나 열차는 여러 차례에 걸쳐 연착하더니 결국 오후 6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친구들과 귀중하게 보내야 할 시간을 어이없이 기차에 갇혀 지냈다. 거의 싸우자고 덤벼드는 것 같던 친절한 승무원까지, 정말 피곤하고도 노곤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래도 열심히 놀아야 했다!!


Rusticana, Grillparzerstraße 5, 81675 München

도착할 날, 함께 한 첫끼. 너무 급하게 고기를 마시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 남겨서 구글에서 찾은 사진으로 대체한다. 정말 오랜만에 맛본 폭립이었다. 우리는 포장으로 호텔까지 공수해왔다. 꽉 찬 가게의 중심에 자리 잡은 멋진 바에서 생맥주를 맛보고 싶었다. 가게를 꽉 채운 사람들이 하나같이 쓰고 있는 앞가리개도 진풍경의 일부이다.

Jüdisches Museum München / Wandel, Hoefer, Lorch / ~2007 ©HK Shin

뮌헨의 구도심도 유대인과 관련된 역사의 흔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곳에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현재와 공존한다. 보통 전시시설이 있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이곳에는 유대인들의 예배공간, 역사 전시 공간, 커뮤니티 공간 등 크지 않은 건물의 덩치에 오밀조밀 다양한 기능들이 모여있다. 건물의 크기가 아담해서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차피 대지의 위치가 구도심이다 보니 주변 건물과 너무 큰 체급 차가 나는 건물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각 공간들이 입고 있는 재료의 모양새나 처리 방법도 다르다. 사실 그래서 더욱 외부 광장과 더불어 꽉 차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Schrannenhalle / Karl Muffat / 1851~1853 ©HK Shin

몇 번이나 운명을 달리할 뻔했던, 뮌헨의 구도심에서 보기 힘든 철골구조 건물이다. 마치 산업혁명의 아이콘과도 같은 이 큰 공간은 이제는 '이틀리(Eatly)'라는 식료품 매장이자 레스토랑으로 쓰이는 중이다. 대공간에 빼곡하게 들어찬 형태의 '시장'의 개념은 날씨가 비옥해 신선한 먹거리가 가득한 남부 유럽에서는 자주 보이는 건물의 형태이나 좀처럼 독일에서는 구경하기 힘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 역시 이태리 음식과 관련된 곳이다.

'이태리'를 영어 발음 그대로 차용한 듯하며 공간의 성격을 단번에 설명해주는 'eat'이라는 동사가 들어간 브랜드명에 자뭇 감탄했다. 곳곳에 구경할 만한 제품들도 다양하고 특히나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보시길. 이태리와 관련된 신선한 식품부터 각종 가공식품까지 볼 것과 먹을 것이 너무 다양하다. 우리는 아쉽게도 호텔 조식을 너무 과하게 섭취해 이곳에서 식사를 하지 못했다!

Fünf Höfe / Herzog & de Meuron / 1994~2003 ©HK Shin

치즈 구멍과 같은 큰 중정들을 끼고 있는 빽빽한 구도심은 거리에서 보이는 입구를 통해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로 안내한다. 거리에서 보기엔 너무 평범해 보여서 지나쳐버리기 일쑤인 입구에 들어서면 흥미로운 공간들이 이어진다. 잘 티가 나지 않는 간판들이 있으므로 열심히 찾아야 하는 재미가 있다. 뮌헨에 간다면 꼭 검색해서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의 파편들이 퍼즐처럼 모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