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베를린 부부-Piggy
아기와 하루 24시간을 붙어있다 보니 오만가지 감정이 몇 번씩 들락날락한다.
아기가 깔깔거리며 웃을 때는 "내 딸", 악을 쓰고 울 때는 "니 딸" 이라며 사진과 함께 출근해있는 신랑에게 카톡을 한다. 정말 별 것 아닌 메시지인데 "니 딸"이라고 보낼 때는 뭔가 좀 후련하달까. 사실 그렇게 보낸다고 아기가 갑자기 방글거리며 웃지도 않을 테고 신랑이 당장 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뭘 해도 달래지지 않고 짜증을 부리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정말 목구멍까지 욕이 올라오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내 딸" 이 아니라고 잠시라도 생각하면 평정심이 찾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집이 아기 울음소리로 아수라장이 돼도 어차피 출근해있는 신랑이 알 수도 없을 테니 메시지 하나로 나의 울화를 표현하는 수밖에. 이거 은근히 재밌습니다. 한 번 해보세요. 키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신랑과 그림 그리는 아내와 아기가 살아가는 베를린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인스타그램 @eun_graf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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