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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추 Jun 26. 2024

프놈펜에서 씨엠립까지 육로로 이동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필리핀 여행기(5)

 오늘은 드디어 앙코르 와트가 있는 씨엠립으로 떠나는 날이다. 원래 프놈펜에서 일주일 정도 있으려고 했는데, 소매치기당한 날 프놈펜이란 도시에 대한 정이 다 떨어져 숙소 예약 마지막 날짜로 바로 버스 티켓을 예매해 버렸다. 지금 와서는 프놈펜에서 아직 못 돌아본 데가 많아 그 행동이 조금 후회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티켓은 확정되었으니, 예정보다 좀 더 일찍 앙코르 와트를 보게 되었다는 생각으로 후회를 덜어내기로 했다.


 시간 상 프놈펜 왕궁이나 뚜엉슬랭 대학살 박물관까지 들릴 여유가 없었기에, 어제 지나가면서 밖에서만 잠깐 봤던 왓 프놈에 들렸다가 점심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가 12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서 준비를 하기로 했다. 캄보디아의 역사와 불교에 대해 아주 얕은 식견을 가진 내 기준으로, 입장료를 내고 안에서 둘러본 왓 프놈은 이전까지 태국에서 많이 봤던 불교 사원들에 비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왓 프놈 방문에서 불상이나 탑들보다 더 눈이 갔던 건 사원 내에 구걸하거나 물건을 파는 어린아이들이었다. 유독 다른 장소들보다 이곳에서 많이 보이는 게 이상했다. 기분 좋은 광경은 아니었기에, 약간은 무겁고 착잡한 마음으로 서둘러 사원을 나왔다.

왓 프놈 본당
불상 왼편으로 노란 옷을 입은  '펜 할머니'가 서 계신다. 전설에 따르면 이 사원을 처음 건립했다고 한다.
짐을 머리에 이고 물건을 팔고 있는 아이



 점심은 2일 차에 갔었던 126 Restaurant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구글 맵에서 소고기 커리를 극찬하는 리뷰 하나를 봤던 게 기억이 나 소고기 커리와 바게트, 패션후르츠 주스를 주문했다. 여행지에서 먹는 모든 음식이 항상 맛있을 수는 없는 법, 아쉽게도 이 식당의 커리는 향신료 맛이 강해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다. 식사 도중에, 많이 쳐줘도 6~7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 둘이 갑작스레 내 앞으로 와서 손을 내밀고 구걸하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고 하며 거절을 해도 한참이나 내 앞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그 눈빛이 아직까지 잊히질 않는다. 내가 계속 주지 않고 있으니 결국 떠나긴 했지만 그 이후로 남은 음식을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구걸하는 아이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이걸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러 번 고민해도 정답을 내릴 수 없었기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내가 잘못일까, 아이들이 잘못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잘못된 걸까. 왓 프놈에서의 기억과 어우러져 뭔가 씁쓸하면서도 울적한 기분으로 프놈펜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버리게 되었다.

소고기 커리&바게트 3.5달러 / 패션후르츠 주스 1달러 / 차 무료 제공
오늘도 건물 내부는 손님으로 만석에 야외석도 거의 차 있었다.



 묵고 있던 호스텔에서 여러 행선지로의 버스 예약과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간편하게 씨엡립행 버스를 예매하고 탈 수 있었다. 이 호스텔 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선 선택할 수 있는 버스시간 편과 버스회사도 다양했는데, 나는 그중 VET Air의 17.5달러 짜리 버스표를 구매했다. 13시 45분에 프놈펜 올드 마켓 앞을 출발하여, 씨엠립 시내에 있는 VET Air의 터미널까지 6시간 정도 소요되는 버스였다. 요금에는 호스텔에서 버스 출발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픽업 서비스와 운행 도중 승객들에게 제공해 주는 간단한 음식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직원 분들도 매우 친절했고, 씨엡립으로 가는 여정도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녹색 평야지대와 다양한 형태의 캄보디아 시골 주택 모습, 그곳에서 생활하는 지역 주민들을 보는 재미와, 경로상 거의 모든 도로가 2차선이라 우리 버스가 반대 차선으로 추월하는 광경을 운전석 바로 뒷좌석에서 수백 번 직관하며 느끼는 스릴감으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캄보디아 시골의 탁 트인 평야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신기하게도 도착할 때가 돼서야 내리기 시작하는 비



 기사님의 추월 실력 덕분인지 예상 도착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씨엡립에 도착하였다. 하차 장소에서 중심지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이기에 원래는 도시 구경도 할 겸 걸어가려 했으나, 도착할 때 맞춰 쏟아지는 비 때문에 툭툭을 예약해서 가야 했다. 이번에 예약한 숙소는 Lub d Cambodia Siem Reap이라는 호스텔이었는데, 씨엠립에서 Onderz Siem Reap 호스텔과 양두산맥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 도시에서 최소 일주일 이상 머물 예정이지만 혹시라도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을 지도 몰라 우선 4박만 예약했다. 숙박 가격은 10인 도미토리 1박에 4달러 정도로 매우 저렴하지만, 시설이나 서비스는 이전에 묵었던 프놈펜에서의 6인 도미토리 1박 6.5달러 정도의 호스텔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배정받은 침대에 간단히 짐을 풀고 숙소 로비로 나와, 오늘도 여행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

로비의 사방이 뚫려있어 모기가 매우 많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아마추어 여행기입니다.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서 재미로 읽어주시고, 궁금한 내용은 댓글 남겨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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