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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Aug 10. 2018

로맨틱러브이데올로기의 종말

연애, 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우시쿠보 메구미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우시쿠보 메구미’의 ‘연애,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겁니다.’ 입니다.











2.
잔인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10여년 전 ‘초식남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연애와 성역할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 우시쿠보 메구미가 2016년에 출간한 책입니다.

저자의 10년전 글들이 초식남, 건어물녀 등의 용어로 표현되듯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새로운 양상의 등장원인을 ‘개인적 특성’에서 찾았다면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본 책에서는 연애와 결혼 문제를 보다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버블경제의 붕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무력감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죠.

3.
과거 사랑의 키워드가 로맨틱이데올로기였다면 최근의 키워드는 가성비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과거의 사랑은 ‘연애-성-결혼’의 3단계가 만인이 공유하는 사랑의 완전체라고 여기는 ‘로맨틱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연애와 결혼이 반드시 함께 하지 않습니다, 성과 결혼, 연애와 성도 마찬가지죠. 연애-성-결혼으로 완성되던 사랑의 형태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연애, 성, 결혼이 상황에 따른 합리성에 맞춰 각자도생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연애조언이 다소 달라진 듯 합니다. 과거에는 짝사랑에 대해서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등의 끝까지 도전하기를 권하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사랑은 쟁취하는 것,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랑지상주의’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브&테이크가 되는 사랑이 아니라면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깨끗하게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합니다.

5.
이러한 젊은 이들의 다소 멋없는 연애관에 대해서 현재의 기성세대의 반응은 아마 2가지로 나뉘지 않을까 합니다. 한쪽은 ‘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어서’라고 할 수도 있겠고, 다른 쪽은 ‘요즘은 살기가 각박해서’라고 할 수도 있겠죠. 저자는 후자의 의견을 지지하며 야마다 마사히로의 ‘희망격차사회’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6.
희망격차사회란 빈부격차와 마친가지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간의 희망정도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사회를 말합니다. 

버블경제 시대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최소생활의 안정을 느끼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당장 오늘을 걱정하는 정도가 지금보다 낮았죠. 하지만 버블 경제의 붕괴 이후의 서민들은 당장 오늘의 먹을 것, 집세, 수도세, 교통비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닥쳤습니다. 최소로 생활하는 것, 숨쉬는 것자체가 하나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행동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희망격차란 물리적인 빈부격차가 정신적인 형태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식으로 생활리스크가 없던 안심사회에서 리스크사회로 들어서면 가장 큰 개인 행동양상의 변화는 도전정신입니다.

안심사회에서는 기본이 유지가 되고, 위협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본 이상의 무언가에 정신력과 돈을 소비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실제로 도전하고 또 실패한다하더라도 그 리스크에 스스로가 대처할 수도 있죠.

하지만 리스크사회에서는 당장 오늘 일하지 않으면 기본이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기본 이상의 무언가에 정신력과 돈을 소비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을 요하는 일이 됩니다. 큰 마음을 먹고 무언가에 도전했다가 실패라도 한다면 생활 전반을 흔드는 사건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연애와 결혼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고도의 국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안심사회에서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리스크가 적습니다. 열심히 연애하고, 열심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계속해서 나의 범위, 나의 도전범위를 넓혀나가도 나의 임금상승률이, 사회적 제반이 그 리스크를 보완해줍니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저조한, 저성장사회에서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구애하기 위해 내 인생의 시간을 쓴다는 것이, 장래가 유망하지 않은 좋은 사람과 삶의 파트너가 된다는 것이, 아이가 원하는 지원을 백퍼센트 해줄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부모가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8.
저자는 일본사회를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성장에, 안정고용인구가 계소 줄고 있고, 고령화에, 변화하는 결혼관에 대한 세대격차 역시 심각하죠.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니 리스크사회에서도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겠지만 그 사랑이 안심사회의 사랑의 형태와는 다르다고해서 비난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사랑의 이데올로기 흐름을 짚어보게하는 책, ‘우시쿠보 메구미’의 ‘연애,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겁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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