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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Aug 18. 2018

완벽한 사회를 위한 표백된 인간

표백, 장강명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장강명 작가의 표백 입니다.


2.
이번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스물한번째로 함께 읽는 책 입니다.

3.
소설은 주인공(나)를 중심으로 A대학교 학생들과, 나와 같은 무리인 세연이라는 캐릭터의 이십대중반부터 삼십대후반까지의 이야기로 채워져있습니다. 화자는 ‘나’이지만 극 전체를 이끄는 캐릭터는 ‘세연’인데요.

‘세연’은 본인이 속한 세대를 ‘표백세대’로 규정하고, 표백세대의 세대적 소명은 자살을 통해 젊은 이들을 표백하며 질서를 지키는 완성된 사회에 개인의 자유의지를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삶 자체를 자신과, 주변인물들의 자살을 위한 준비 활동으로 삼고 있죠. 자존감이 낮은 여학생(추)에게는 가장 친밀한 존재가 되어서, 또래 남자들에게는 성적 매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뜻을 전파하고 5년 후에 자살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4.
세연이 정한 ‘표백세대’는 시기적으로 90년대 말 IMF 이후에 대학교 생활을 한 젊은이들을 말하는데요. 세연의 생각에 따르면 이 시기에 젊은 이들에게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위대한 일’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 앞에 놓여있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과 현실적으로 죽을 때까지 어떤 위대하고 굉장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질문을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세대를 인력으로 삼아야 하는 사회는 그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해결할 시간을 허락하기보다는, 그들에게 빠르게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질문을 외면하고 정답을 대체하는 과정이 ‘표백’이며 그렇게 사회는 티끌 없는 완벽하게 하얀 세계,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가 됩니다.

저는 젊은 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늘 따라 붙는 질문인 ‘이렇게 살다가 죽는게 끝인가?’라는 질문을 작가가 ‘표백’이라는 단어를 통해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아마 저 역시 사회의 타임라인에 저를 위한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동시에, 답이 안나오는 본질적 고민에 지칠 때는 사회가 알려주는 해설지를 보는 것이 매우 간단하고 편리한 선택이라는 것에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6.
소설의 전체적인 문제의식과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갈 때까지 극의 텐션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은 참 좋았는데요.

세연과 추에 대한 캐릭터가 다소 입체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서 이 점은 아쉬웠습니다. 소설을 비롯한 많은 미디어 매체에서 여성 캐릭터의 수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적은 수의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도 적은 것 같은데요.

이번에 읽은 소설 “표백”에서도 알파걸로써 젊은 세대의 메시아로써의 ‘세연’ 과 그런 세연의 숨은 조력자로써 자신의 성을 무기로 삼는 ‘추’라는 두 인물이 자신이 염원하던 7급 공무원이 되었지만 공무원 사회의 권력구조와 비리에 허무함을 느끼는 주인공 ‘나’나 세연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메이져 언론사 고시를 준비하지만 최종적으로 지역 언론사에 취업하여 중년이 되어가면서도 열등감에 괴로워하는 휘영의 모습보다 입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서 전형적인 캐릭터에 머물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7.
책에 245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너는 내가 끊임없이 좌절하고 절망해야 했던 이유가 내 잘못 때문이 아님을 일깨워졌다. 네가 그런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냥 자책만 하면서 계속 살아갔겠지.” 표백세대와 자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자살로써 자신의 자유의지를 반증하는 우리 세대의 마음에 공감이 되며 오히려 위로를 받으며 읽은 책, 장강명 작가의 표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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