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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Aug 25. 2018

관찰, 사색, 그리고 예술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존 버거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존 버거’의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입니다.



2.
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스물여덟번째로 함께 읽는 책입니다. 이로써 총 7,913 페이지째 함께 읽게 되었네요.

3.
자기 생각을 나누기 참 좋은 세상입니다. 블로그로 시작해서 SNS로, 최근에는 일기나 메모를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어플까지 나오면서 글을 쓰는 일이 전문가의 영역에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분야가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글을 쓰고자 하는, 글을 직업으로 삼고자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는데요. 존 버거는 모든 형태의 글을 쓰고자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글과 글감을 대하는 태도로 귀감이 되는 인물입니다.

4.
존 버거는 화가이자 그림을 가리치는 사람으로 먼저 예술활동을 시작했다가 미술비평을 하게 되었는데요. 주로  주간지에 에세이와 리뷰를 실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소설도 쓰고, '보는 방법 Ways of Seeing' 이라는 미술비평 텔레비젼시리즈를 진행하게 되며 영국인들을 미술과 비평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화가, 비평가, 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작업을 꾸준히 하던 그는 1972년에 소설 [G]로 맨부커상을 수상합니다. 몇 해 전 한국의 '한강'작가가 받아서 화제가 됐었던 바로 그 상입니다.

5.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물을 냈다는 점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존 버거의 저작물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예술의 ‘빅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빅 아이디어’라는 단어는 얼마전에 애플을 제치고 세계 브랜드 평판 1위를 한 아마존의 창업주이자 현CEO 제프 베조스의 인터뷰에서 보게 된 말인데요. 그는 현재의 아마존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빅아이디어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유통 비즈니스에 살아남기  위해 그가 집중한 세가지 빅 아이디어는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이었습니다.

빅 아이디어의 다른 이름은 본질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존 버거는 그림이든, 글이든 모든 예술의 본질인 ‘관찰과 사색’에 집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함께 읽은 그의 책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에서는 일상에서 관찰하고 사색하는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6.
책의 머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인용하는 문장이 나옵니다.

10 페이지
오랜 시간 동안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 것은 무언가가 말해질 필요가 있다는 직감이었다.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들.

그는 일생을 자신이 굳이 말하지 않으면 말해지지 않을 무언가 말해질 필요가 있는 것들을 찾아 표현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표현 수단은 그림과 글 등 다양했지만, 그 결과물이 모두 ‘관찰과 사색’이라는 예술의 본질을 거쳤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7.
책에서도 그가 관찰한 많은 것들이 나옵니다.

7-1.
폴란드의 사회운동가 ‘로자 룩셈부르크’에게서는 ‘거대한 운명 앞에 운명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던지 그곳에 몸을 내던지며 인간답게 사는 것’을 보았고

5페이지, 로자 룩셈부르크가 감옥에서 보낸 편지 중에서
인간답게 지내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합니다.그건 확고하고, 분명하며, 활기찬 것을 의미하죠. 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 앞에서도 활기차게 지내는 것이요. 흐느끼는 건 약한 자들에게나 어울리는 행동입니다. 인간답게 지낸다는 것은 거대한 운명 앞에 스스로의 삶을 즐겁게 던지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한다면 말입니다. 그와 동시에 매일매일의 화창함과 모든 구름 조각들의 아름다움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7-2.
친구이자 스웨덴의 화가였던 스벤에게서는 ‘끈질김에서 나오는 고귀함’을 보았죠.

44-45 페이지
스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가 고집이 세다고 생각한다. 그는 절대 물러나지 않고, 공개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바꾸는 일도 절대 없다. 그는 쉬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심지어 마지막 순간까지, 한 번에 이십 센티미터씩만 움직일 수 있고, 오 미터 정도의 거리도 불가능할 정도로 먼 거리로 느껴질 때에도 그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잠시 쉴 때는 눈을 감고 다시 나아갈 힘을 모았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가 평생을 미술에 바치고도 천재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는 그런 끈질김에서 드러나는 고귀함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8.
그러나 그가 관찰을 통해 나오는 언어들을 모두 귀하게 여긴 것은 아닙니다. 그는 ‘말해져야 할 것들’에 대한 언급을 했던 페이지에서 ‘공허한 말’의 문제점 역시 주목합니다.

10
그런 죽은 '공허한 말의 사용'은 기억을 지워 버리고 무자비한 자기만족을 낳는다.

특히 그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귀한 여백의 시간을 ‘공허한 말’로 간단하게 채워버리는 미디어를 비판하는데요. 

88 페이지
미디어는 그렇게 생겨난 침묵을 채우기 위해 보잘것없는 즉각적인 여행을 제공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침묵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살고 있는 부당한 세상에 대해 서로 질문을 던지게끔 자극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디어가 우리에게 각자 나름대로 ‘스스로가 말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알아볼 여유를 박탈하고 보잘 것 없는 즉각적인 여행을 함으로써 공허한 말들의 재생산만을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9.
미디어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존 버거의 생각을 통해서 우리가 삶을 조금 더 예술적으로 즐겨볼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102페이지에서 그는 예술이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적어놓았습니다.

102 페이지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작품 안으로 들어갔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이 문장에서처럼 삶도 우리에게 예술작품을 마주했을 때처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제공합니다. 기뻐서 그런 걸수도, 슬퍼서 그런 걸수도 있고 말문이 막히는 이유는 다양하겠죠. 이제까지 이런 상황을 빠르게 ‘처리’하는 식으로 대처해왔다면 앞으로는 말문이 막히는 감정에 압도당하기를 스스로에게 한번 허락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10.
공허한 언어들로 이루어진 현대에서 자신이 꼭 말해줘야할 것들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려 했던 존 버거의 책,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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